[뉴스핌=한기진 기자] 엔저(低) 여파가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부터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잘나가던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0.7% 감소했고 포스코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7% 줄었다.
반면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연결순이익이 전년보다 59% 늘어난 38억 엔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환차익만 188억 엔 얻었다. 내달 8일 실적을 발표하는 도요타자동차의 순이익도 5년 만에 최대인 8000억 엔에 달할 전망이다.
엔저는 전자업체인 소니까지 부활시켰다. 2012회계연도 연결 최종 순이익이 400억 엔으로 5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6조8000억 엔으로 전년 대비 5% 늘었고 영업이익도 2300억 엔을 기록하며 질적으로도 확연히 좋아졌다.
엔저가 한국과 일본의 경쟁 관계에 있는 대표기업의 명암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성적표다.
◆ 신규 수출계약 물량 1분기부터, 악영향 나타나
엔화 값이 내리는 수준에 따른 우리나라 산업별 타격은 비례 관계로 이 같은 결과는 쉽게 이해가 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수준인 엔/달러 100엔과 원/달러 1100원이 유지되면 영업이익률이 자동차는 작년 7.7%에서 1.5%p 감소한 6.2%, 전기전자는 7.6%에서 1.3%p 줄어든 6.3%가 예상됐다. 엔저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1분기 현대차와 포스코가 기록한 영업이익 감소폭과 유사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엔화 약세가 시작됐으므로 신규 수출계약이 진행된 1분기에 영향이 나타난 것”이라며 “제이(J)커브 효과 초입에 일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J커브 효과란 환율의 변동과 무역수지와의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환율상승을 유도하더라도 그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오히려 악화하다가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야 개선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엔화 약세 효과로 일본의 무역수지 개선이 최근 시작돼 우리나라가 받는 타격도 이제부터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기업금융 담당 부장은 “최근 현대기아차의 실적을 들여다보고 있을 정도로 엔저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동차는 우리나라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신경을 쓰고 있지만 현대차 사정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자료 재인용> |
◆ 과거 두 차례 엔저시 원화가치 상승 이어져, 현재는 잠잠
지금까지 북한의 위협과 외화 유입이 많지 않아 원화가치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엔저 충격은 반감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거 엔저는 반드시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경제를 흔들었다.
1990년 이후 원/100엔 환율이 10% 이상 하락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중반, 그리고 최근 등 세 차례다.
1차 시기(1995~1996년)에 824원에서 740원(10.3% 하락), 2차 시기(2004~2007년)에 1059원에서 790원(25.4%)으로 하락했다.
두 시기 모두 우리나라에 환차익과 금리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외국인 자금 순유입액(증권투자+기관투자)은 1차 시기 연평균 408억 달러, 2차 시기 연평균 438억 달러였다. 2012년에는 268억 달러로 증권자금은 유입됐지만 채권 등 기타투자계정에서 순유출돼 환율에 영향을 적게 줬다.
1, 2차 시기에는 꼭 나타났던 외국인 자금과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까지 유입된다면 원화가치 상승은 피할 수 없고, 엔화에 대한 경쟁력 하락은 가속도를 밟게 된다.
과거와 달리 세계경제 성장률이 낮고, 우리경제도 부진한 상황이어서 그 충격은 배가 된다. 삼성경제연구원이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 1000원, 엔/달러 환율 100엔에 달하면 경제성장률(GDP)이 1.8%p 하락한다고 했고, 한국은행이 올해 GDP를 2.6%로 전망한 것을 종합하면 1% 이하로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온다.
사실상 엔/달러 환율 100엔은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원/달러 환율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 엔 캐리 트레이드란?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금융거래. 초저금리인 엔화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하게 되면 금리차에 따라 수익을 얻게 된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