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은지 기자] 인도 경제가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도 인도의 소매 기업들은 속속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소매업체 유니레버는 54억 달러를 들여 인도 자회사인 힌두스탄 유니레버의 지분 22.5%를 추가로 인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유니레버의 힌두스탄 유니레버 지분은 75%까지 늘게된다. 이는 올해 아시아 지역 해외 M&A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다.
다국적 의류업체인 H&M도 인도에 50개의 매장을 개점하기 위해 인도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에티하트 항공은 제트에어웨이 지분 24%를 3억 8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이와 같은 행보는 인도의 소매 중심 기업들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투자 열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규제 장벽과 경기 둔화에도 인도의 소비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모습.
인도 경제는 올해 6.4%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수년 전의 8~9% 성장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승인 지연 및 세제불안, 정치적 불확실성 등도 여타 부문에 대한 투자를 좀먹는 요인이다.
그러나 유독 해외 업체들은 인도의 소매기업에 한해서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인도의 M&A 규모는 7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으나 유니레버 인수건으로 그 규모가 큰 폭으로 뛰게 됐다.
유니레버, H&M 외에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디아지오 등 해외 업체들이 인도 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 인도 자회사 GSK 컨슈머헬스케어 지분 확대를 위해 9억 달러를, 영국 양조업체 디아지오가 인도 유나이티드스피리츠 지분 확보를 위해 10억 달러를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인도 정부 역시 소매 부문에 한해서는 규제의 끈을 늦추는 등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11년 인도 정부는 단일 브랜드 소매 업체에 한해 해외 기업들이 지분의 100%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했다. 당초 해외 기업들의 지분 보유 한도는 51% 였다.
WSJ은 일부 변화의 움직임에도 여전히 관료주의적인 모습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월마트를 비롯한 몇몇 해외 소매 업체들이 인도 내 점포 개점을 기다리고 있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승인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밝다는 의견도 있다.
현지 로펌 J. 사가 어소시에이츠의 라팃 쿠마는 "소매부문에 대한 투자를 시작으로 여타 업체들에 대한 투자도 늘 것"이라면서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최근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것이 인도의 성장 스토리가 끝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