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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질서 어디로④] 중국 FTA전략은 역내 통상 주도권 장악

기사등록 : 2013-05-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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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로 미국 주도의 TPP 견제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무역질서가 빠르게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양자 간 FTA(자유무역협정) 구도로 진행됐던 미국의 무역 정책이 블록화를 통한 거대 무역권 형성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는 아시아로 대외정책의 기반을 옮기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무역 장벽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일본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 방침은 미국의 구상을 보다 구체화시킨 계기로 작용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아세안 중심의 무역 블록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스핌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무역질서를 점검하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점검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註]

[뉴스핌=강소영 조윤선기자]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무역투자 자유화 논의를 대하는 중국의 속내는  '위안화 경제권' 확장과 정치적 고려 등의 전략이 맞물려 매우 복잡다단한 모습을 띠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아시아와 환태평양 지역에서 위안화가 기반이 되는 경제 및 통상의 주도권을 공고히 해나간다는 국가 목표에 맞춰 역내 자유무역지대 협상에 임하고 있다. 일단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중 FTA와  한중일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모든 자유무역협상에 적극 호응해 나간다는 것이다.

중국의 FTA 전략에 있어 가장 큰 딜레마는 미국이 TPP를 통해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 내색은 않지만 중국에 있어 TPP는 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그물망 처럼 께름직한 것이다.   

중국 일각에서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인도 등 총 16개국을 묶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과 같은 범아시아 협력체가 무역 투자 자유지대 협상의 바람직한 추세라고 주장한다. RCEP는 TPP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맞춤한 대항마인 셈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지역 및 글로벌 전략연구원의 션밍후이(沈銘輝) 주임은 "중국은 동아시아 통상 협력체가 절실하고, 이를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역시 RCEP와  한중일 FTA라고 밝혔다.

물론 중국 일각에도  한중일 FTA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비할때 선택적 입지가 약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TPP 주요 회원국들과 이미 양자 간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한국의 TPP에 가입 여부는 실질적 의미가 없으며, 일본 역시 TPP에 참여하고 다른 동아시아 협력의 경로를 타진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중국이 맞닥드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RCEP와 한중일 FTA를 모두 놓치는 것"이라고 밝히며 자유무역협상에 있어 중국이 처한 현실과 고민을 드러냈다.

중국은 만약 한중일FTA가  무산되고, 일본이 TPP에 참가하게 되면 중국이 고립될 것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 .  이 때문에 중국은 한중일FTA와 중국-아세안FTA를 통한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통합의 가능성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경제 정론지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최근 논평에서 TPP교섭 참가를 정식 표명한 일본을 정면으로 비난하며 일본이 한중일 3국 FTA에 집중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 논평은 한중일FTA와 TPP를 두고 저울질해 온 일본이 TPP 참여를 선언했지만 이를 통해선 어떠한 실익도 거둘 수 없으며, 이러한 태도는 한중일FTA 협상 타결에도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TPP 참여를 통해 자유무역 협상 무대에서 주도권을 잡기엔 타이밍이 이미 늦었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TPP보단 한중일FTA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중일 FTA 및 RCEP 협상의 개시와 우리의 대응방안`

통상 전문가들은 TPP가 일본 경제가 원하는 시장을 제공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미국 자동차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을 얻는 대가로 농업·서비스 시장에서 치러야 할  타격이 너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일본이 미국 시장 개척과 중국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한중일 FTA와 TPP 사이에서 공중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은 일본의 ′충성도′를 의심하게 될 것이고 한중일 FTA 협상 테이블에서도 한중일 3국은 서로를 더욱 신뢰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게 중국측 입장이다. 결국 중국이 빠진 역내 자유무역지대 설립은 협상 당사국들에게 어떠한 실익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이라고 중국은 주장한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궈셴강(郭憲綱) 부소장은 한중일FTA 협상의 열쇠는 일본이 쥐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한국은 한중일FTA의 최대 수혜자로 이미 충분히 적극적인 협상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은 경제적 요인 외에도 정치적 계산을 더해 한중일FTA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와 정치연구소 국제무역 연구실 쑹훙(宋泓) 주임은 TPP를 한중일FTA 협상 과정의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그는 "일본이 TPP 참여를 선포하면서 한국도 TPP참여를 고심하고 있어 한중일FTA 체결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FTA협상 과정에서 중국에게 더 많은 조건과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쑹 주임은 그러나  "중국은 필요시에 한중일 자유무역지대를 러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기타 국가로 확대할 수도 있다"면서 "TPP에 지나치게 민감해하거나 과도하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한편에서는 중국은 비록 자유무역 협상 진전 속도가 더디지만, 현재 아세안과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 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한국과 일본, 유럽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동시에 미국과의 양자간 경제무역 협력관계도 유지하는 등 점진적으로 자유무역 협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며 협상 추진에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중일 FTA 및 RCEP 협상의 개시와 우리의 대응방안`

[뉴스핌 Newspim] 강소영 조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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