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장중 보합권에서 완만한 등락을 보였던 뉴욕증시가 장 후반 뚜렷한 내림세를 나타냈다.
달러/엔이 100엔 선을 뚫고 오르면서 미국 수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여기에 최근 주가 강세에 따른 피로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찰스 플로서 총재가 추가 양적완화(QE)는 효과보다 비용이 더 크다며 부양책에 반기를 들면서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9일(현지시간)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22.34포인트(0.15%) 떨어진 1만5082.78에 거래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4.10포인트(0.12%) 하락한 3409.17을 나타냈다. 대형주로 이뤄진 S&P500 지수는 6.02포인트(0.37%) 내린 1626.67을 기록했다.
이날 장중 달러/엔이 1% 이상 강하게 오르면서 100엔을 돌파하자 보합권 움직임을 보였던 뉴욕증시가 하락 압박을 받았다.
달러/엔은 장중 100.73엔까지 오르며 4년만에 100엔 선을 넘었다. 시장 전문가는 엔화의 가파른 하락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렌미드 인베스트먼트 앤 웰스 매니지먼트의 제이슨 프라이드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뤄진 만큼 매도 세력이 시장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달러/엔 100엔 돌파를 앞세워 주가에 반영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 성장주 주도 추가 상승에 무게
이날 뉴욕증시가 완만하게 조정을 보였지만 단기적인 숨고르기일 뿐 본격적인 추세 전환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투자자들이 연초 이후 경기순환주 가운데 성장주를 중점적으로 매입하고 있으며, 이 같은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전반적인 증시 상승 모멘텀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티펠 니콜라스의 데이비드 러츠 상장지수펀드(ETF) 헤드는 “시장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다”며 “연초 이후 1500억달러가 유입됐고, 뭉칫돈이 지속적으로 들러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숨고르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증시 내에서 섹터간 자금 이동이 주요 트렌드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중순 이후 기술주와 에너지, 산업소재, 금융, 소비재 등 경기순환 섹터가 각각 5%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필수 소비재와 통신, 유틸리티 등 방어주를 크게 앞질렀다.
팔리세이드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댄 버루 최고투자책임자는 “방어주가 시장을 주도할 때와 달리 경기민감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동시에 주가 조정에 대한 내성이 강한 시장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고용-주택지표 청신호
미국 주택과 고용 지표가 또 한 차례 청신호를 보냈다. 반면 3월 도매 판매가 4년래 최대 규모로 감소했다. 다만 도매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해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4000건 감소한 32만3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다. 시장 전문가는 33만5000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고용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간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주 연속 감소했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4주 평균 신청 건수 역시 6250건 감소한 33만6750건으로 2007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주택시장에서도 고무적인 지표가 나왔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RA)에 따르면 1분기 싱글 패밀리 주택의 중간값이 17만6600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3% 상승했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3월 도매 판매가 예상 밖으로 감소했다. 감소폭은 1.6%로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당초 시장 애널리스트는 3월 도매 판매가 0.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도매 재고는 5031억달러로 0.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전문가의 예상치인 0.3%를 소폭 상회하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 재고가 1.2% 증가했고, 기계류 재고 역시 같은 수준의 증가를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