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빈자리를 유럽중앙은행(ECB)이 채울 수 있을까.
연준의 양적완화(QE)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자산시장의 향방을 결정한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국채를 필두로 주식과 정크본드 등 주요 자산시장의 상승에 불을 당긴 QE가 축소 또는 종료될 경우 반대급부의 시장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로존이 주변국 실물경기 하강을 더욱 부채질한 긴축을 완하하는 한편 ECB의 팽창적 통화정책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연준 QE의 공백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를 포함한 ECB 정책자들은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릴 경우 은행권 자금이 가계와 기업의 여신으로 방출, 실물경기 회복 및 자산 가격 상승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의 판단은 이와 다르다. 지준금에 대한 금리가 이미 0%에 이른 만큼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민간 수요가 크게 냉각됐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다소 하락한다 하더라도 기업의 투자를 늘릴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ECB의 계산대로 은행권이 대출을 늘린다 해도 기업의 자금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시장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ECB의 지준금 마이너스 금리 발언 이후 유로존 일부 국채시장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자산 시장을 끌어올리는 힘도 연준의 QE만큼 지속적이고 강력할 것이라는 기대는 엿보기 어렵다.
마이너스 지준금 금리의 성공 사례도 찾기 힘들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를 시행한 것은 덴마크와 스웨덴으로 좁혀지며, 결과 역시 연준 QE가 미친 영향과 거리가 멀었다.
일부에서는 지준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의 실제 시행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적어도 단시일 안에 이 같은 전례 없는 정책을 시행할 여지는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JP 모간의 케드런 파나기스 채권 전략가는 ECB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이 5~10%에 불과한 것으로 진단했다.
유니크레디트의 크리스틴 슐츠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금리는 ECB가 최후의 카드로 쥐고 있을 뿐 실제로 꺼내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오히려 이 경우 은행권의 ECB 단기 자금 대출을 줄여 민간 부문 유동성 제공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권 수익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ECB에 쉬운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