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경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인 유로화가 이번에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 의지와 이에 따른 위기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버팀목 삼아 유로화가 강세 흐름을 보였지만 시장 심리로 버티는 데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이로 인한 유로화 하락 압박이 높아지는 데다 실물 경기 부진과 주변국 국채시장 하락 등 세 가지 악재가 유로화를 동시에 강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1분기 유로존 경제는 0.2%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6분기 연속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위기에도 강한 내성을 보였던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중심국까지 흔들리면서 위기 탈출에 대한 기대가 냉각되고 있다.
투자가들 사이에 유로존 경기에 대한 전망은 더욱 흐려지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유로존 경제가 0.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라며 “2.0% 후퇴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크게 깊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유로화에 하락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
유로화 상승에 힘을 보탰던 주변국 국채 상승 역시 꺾이면서 투자 심리를 더욱 냉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공급이 늘어난 데다 투자자들의 고수익률 베팅이 활발해지면서 상승 흐름을 탔던 주변국 국채가 1분기 성장률에 대한 실망감에 뚜렷한 약세 흐름을 보였다.
이날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bp 상승한 4.34%에 거래됐고, 이탈리아 10년물 수익률도 7bp 오른 4.09%를 나타냈다. 이탈리아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5bp 상승한 4.85%에 거래, 5주간 최대폭의 상승을 나타냈다. 스페인 30년물 역시 4bp 오른 4.99%에 거래됐다.
이밖에 ECB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유동성 경색이 여전하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유로존 전반의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또 다른 유로화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유로존 금융시스템의 체질 개선 및 장기 안정성 강화를 위한 감독 기구 마련이 지연되는 상황 역시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투자가들은 입을 모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