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15년만에 경제부총리 제도가 도입되면서 정부정책에 대한 부처간 총괄 및 조정기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되레 낮아지고 있어 우려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장관이 각종 경제관련회의를 주재했으나 같은 동급의 장관들로 구성된 탓에 총괄조정 기능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정부도 대통령 당선 이후 정권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경제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위기관리대책회의’로 불렸던 ‘경제정책조정회의’가 박근혜 정부에서 15년만에 ‘경제관계장관회의’로 확대 개편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부처 내 ‘칸막이 철폐’를 강조하고 부처간 협업과 현장 중시 및 실천을 강조하면서 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주목을 받게 됐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다섯 차례 진행된 경제관계장관회의는 화려한 부활과는 달리 최근 들어 장관들의 참석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 장관 참석률 너무 낮다
20일 기획재정부와 미래과학창조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시작된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정규 구성원 17명 중에서 절반에 불과했다.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의장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해 13개 부처 장관과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국무조정실장, 경제수석 등 4명의 장관급 인사를 합쳐 17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지난 15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포함해 6명의 장관들만 참석했고, 여타부처 장관급 인사로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등 2명만이 참석했을 뿐이다.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구성하는 17명의 장관 및 장관급 인사 중에서 고작 7명만이 참석했다. 나머지 10명의 인사들을 불참하거나 차관급 인사들이 대신 참석했다.
그나마 안전행정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과학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8개 부서는 차관들이 대참했다.
그렇지만 미래창조과학부와 경제수석실은 장관과 수석비서관이 고정 멤버이지만 불참했으며 대신 참석하는 대참자도 보이지 않았다.
◆ 경제관계장관회의 창조경제 시동 걸었으나...장관들은 '불참'
이날의 경우 경제관계장관회의의 주제가 ▲ 재정의 조기집행의 추진현황 ▲ 주택시장 정상화종합대책 추진상황이어서 전 부처에 걸쳐 두루 영향을 미치는 중요 현안이 안건으로 올라온 상태였다.
더욱이 ▲ 벤처 및 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이 부처간 실무 협의를 거쳐 올라왔고, 현오석 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 심의를 거쳐 확정된 이후 정부 브리핑을 통해 발표되는 스케줄이 잡혀 있던 터였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월 25일 출범했지만 인사청문회 파동을 겪으면서 4월에서는 정부 구성이 완료돼 늦게 출범했고, 경제관계장관회의도 4월 10일 첫 회의가 열렸다.
이후 제4차 회의까지 열리는 과정에서 매주 수요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적으로 열면서 ▲ 추가경정예산안 ▲ 주택시장정상화 대책 ▲ 투자 및 수출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면서 경기활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뒀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제5차 회의에서는 재정과 주택시장 등 경기활력 제고를 위한 점검을 더해 박근혜 정부의 최대 현안인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첫 번째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서 현오석 부총리는 “정부는 그간 주택시장 정상화, 추경예산, 투자 및 수출활성화 대책 등 경기활력 회복에 중점을 뒀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벤처 대책은 창조경제 구현을 통해 우리 경제를 선도형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한 정책패키지를 마련했다“며 각별한 의의를 표한 바 있다.
또 현 부총리는 회의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누차에 걸쳐 정부 칸막이를 없애고 정부 부처간 협업과 더불어 현장 점검을 강조하고 있다”며 “장관들께서는 협업을 통해 마련한 정책패키지 효과가 조기에 가시화되도록 협업과 함께 점검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정상화? 장관들부터 솔섬수범해야
그렇지만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박근혜 정부 초기 수준에서 이제 겨우 다섯 차례 정도 열렸을 뿐인데 장관들이 불참이나 대참에 그치고 있어 향후 5년간 과연 ‘경제 컨트롤 타워’로 기능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일본의 침략적 태도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및 안보 위협이 지속되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등으로 국정 수행 여건이 악화된 상태이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인사 파동 속에서 출범 자체가 늦어진 상황에서 정책의 구심점을 잡고 국정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의 리더십의 근간인 장관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민간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사 지체와 더불어 정부 출범도 늦으면서 구심력을 찾아가는 데 힘이 들고 있다”며 “대북 리스크나 윤창중 사태 등으로 현안도 산적한 터지만 정권 초기 구심력을 얻기 위해서는 정권 내부의 기강 등 구심력과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제관계장관회의는 부총리제 부활 이후 정권 초기이고 대통령의 위임도 이뤄져서 이전 정부에서보다는 장관들의 참석률이나 각 부처들의 현안 집중도가 높아진 편”이라면서도 “각 부처의 참석에 대해서는 강제할 만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