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 정책을 조만간 회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비쳤는 데도 일본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했다. 그 뿐 아니다, 중국 제조업 경기가 움츠러든다는 조짐이 보이자 전 세계가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중국 경제가 약화되면 세계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 새삼 확인됐다. 중국은 일본 수출의 18%, 한국 수출의 255를 각각 차지할 뿐 아니라 미국에게는 멕시코와 캐다나에 이어 3위 수출지역이기도 하다. 또 중국은 대 유럽 수출규모가 20%를 넘는다.
지난 23일 HSBC의 중국 제조업지수가 위축 국면을 시사하는 50선 아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나온 뒤 일본 증시가 7% 넘게 폭락했다.
유럽 증시도 큰 폭 약세를 기록했다. 월가는 주택과 고용시장 지표가 강하게 나온 데다, 양적완화 철수가 임박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필요하면 다시 늘릴 수 있다는 연준 관계자 발언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이 가운데, 미국 시중금리가 2%를 넘자 일본 금리도 1%를 기록해 금융시장은 어떤 정보에 발을 맞춰야 할지 몰라 다리가 배배 꼬였다.
중국의 경우 금융 위기 이전까지는 수출주도 성장이 강력했고, 매년 20%~30%에 달하는 수출 성장세가 전개됐다. 하지만 위기 이후에는 수출 성장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2012년에는 불과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론 유로존의 부채 위기와 이에 따른 더블딥 양상에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10%를 넘던 것이 지난해에 2.6%로 줄었다.
중국은 일단 위기 발생 직후 강력한 재정부양책과 인프라투자 강화를 통해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다 보니 신용이 겁나게 증가해 부작용이 속출했다. 자원의 배분이 비효율화되고 생산성 향상이 줄었다. 그리고 내수 부양 쪽으로 정책의 기수를 틀었는데, 생각보다 내부 부양은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전 세계 경제가 중국발 감기몸살에 걸릴 지경이 된 것이다.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은 원하는 선순환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위험자산은 가격이 올라갔지만, 실물경제와는 간극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출구전략을 가다듬고 있다는 소식은 위험자산시장의 급격한 조정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완화정책이 환율 변화를 통해 작동하는 쪽도 문제다. 환율 하락은 내수 부양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이웃국가에게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이웃국가들은 수출이 줄어들까 우려하기 때문에 결국 동반 완화정책 경쟁에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완화경쟁이 벌어지면 국내 포트폴리오 채널을 통한 효과는 더욱 사라진다.
남은 채널은 환율 상승을 통해 수출이 부양되는 것인데,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 경쟁이 전개되면 결국 '환율전쟁'이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일본의 대규모 완화정책으로 아시아 지역 경제의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 이어 중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연초까지만 해도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넘쳤다. 하지만 기대했던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효과는 기대했던 것만 못했고, 중국은 정책 비용 부담과 외부 압력을 경제 체질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당장 단기적인 경기 둔화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재정정책 기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새 지도부는 단기 부양책보다는 구조개혁에 방점을 찍은 상태여서 완화정책을 하더라도 매우 조심스러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나마 미국 경제가 회복 견인력을 잃지는 않으면서 출구전략 논의가 활발한 것이 위안거리.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시장과 의사소통을 통해 출구전략을 개시했다. 개시 시점은 현재 나오는 관측보다는 늦을 수 있지만, 시장이 이러한 변수를 충분히 자산가격에 반영해 정책이 개시되더라도 동요가 없다는 판단이 확립된다면 예상보다 개시가 빠를 수도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