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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 85%는 해운법인…"탈세로 보긴 무리"

기사등록 : 2013-06-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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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노경은 기자] 최근 대기업들이 탈세 및 비자금을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비난과 의혹을 받고있는 가운데, '탈세'를 위한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30대 그룹 중 16개가 대표적 조세피난처 7곳에서 281개 종속 법인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85%는 해운과 관련한 특수목적법인(SPC)인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화이트 리스트로 분류해놓은 파나마에 대거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4일 기업경영평가회사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국내 30개 그룹 중 파나마, 케이만제도, 버진아일랜드 등 7개 조세피난처에 종속법인을 설립한 그룹은 16개이며 종속 법인은 281개에 달한다.

16개 그룹 중 가장 많은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그룹은 STX로 파나마에 설립한 선박금융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이 94개다. 한진은 주로 자회사인 한진해운을 통해 79개 법인을 설립해 2위를, SK는 SK해운을 통해 59개 법인을 설립해 3위로 나타났다.

롯데는 조세피난처에 13개 지주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동국제강(6개), 현대중공업(5개), 현대(5개)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해외법인 전체에 대해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달리 전체의 85%가 선박금융 및 해상운송과 관련된 특수목적 법인이다. 지역별로도 전체의 86%가 OECD에서 화이트 리스트로 분류하는 파나마에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화이트 리스트란 국제적으로 합의된 세금 표준을 구현하는 국가를 말한다.

업종별로는 선박금융(224개, 79.7%)과 해양운송(14개, 5.0%)을 합친 해운업이 238개 법인으로 전체의 84.7%를 차지했다. 전체 281개 가운데 43개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해운 관련 SPC인 셈이다.

이처럼 해운 관련 종속법인이 많은 것은 해운사들이 SPC 방식으로 선박을 취득하거나 빌려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사들은 배를 건조하거나 용선할 때 자금을 단독으로 대지 않고 금융사(대주사)들의 투자를 받아서 운용한다. 이때 투자한 해외 대주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SPC를 설립해 진행한다.

때문에 STX, 한진, SK 같은 해운사들이 배 한 척을 취득하려면 자동으로 SPC 하나를 설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메이저 해운사들이 조세피난처에 해운 관련 법인을 다수 보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SPC 방식을 운용하면 대주사는 해운사가 부도 등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선박이 다른 채권자에게 담보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고 해운사도 선박을 직접 구매할 경우에 지게 될 각종 재무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해운관련 법인 다음으로는 지주회사가 18건(6.4%), 투자법인 7건(2.5%), 해외자원개발 법인 3건(1.1%) 순이었다.

한편, 지역별로도 전체의 86%가 OECD에서 화이트리스트로 분류되는 곳에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재지별로는 파나마가 압도적이다. 여기에는 STX, 한진, SK 등 해운 3사 외에 삼성, LG,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10개 그룹 241개 법인(85.8%)이 대거 몰려 있다.

파나마는 과거 조세회피지역으로 낙인찍혀 있었으나 작년 12월 OECD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조세피난처 종속 법인 중에는 대기업 해외법인들도 적지 않다.

LG전자는 파나마에서 판매·서비스·컨설팅 법인 3개사를, 삼성전자는 판매·컨설팅 법인 2개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최근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법인들을 탈세와 연관짓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이들 해외법인도 국세청과 금감원 등에 운영 내용을 신고하고 현지법인 발생 소득도 국내 세법에 따라 이미 과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조세피난처에 있는 이들을 모두 탈세범으로 몰면 심각한 행정력의 낭비만 초래된다"며 "다만 공시도 제대로 하지 않고 몰래 종속법인을 운영하는 불투명한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솎아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노경은 기자 (rk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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