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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100일] ② 경제살리기 앞세우며 경제민주화는 후퇴

기사등록 : 2013-06-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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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일자리창출·창조경제"…야 "'을' 지키기 경제민주화 최우선"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지각′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경기침체와 북핵위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출범 초기 잇단 인사실패와 미국 방문 기간중 발생한 ′윤창중 사태′로  국정 지지율은 고꾸라졌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박근혜표 ′창조경제′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반면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미국으로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으며 북핵위기에 차분하게 대응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뉴스핌은 정치, 경제,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출범 100일을 맞은  박근혜정부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註]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 "(시간제 일자리는)자기 필요에 따라 풀타임이나 파트타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차별받지 않으며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뉴스핌=고종민 기자] "외교안보분야에서는 잘했다는 평가가 많은 반면, 경제분야에서는 총론은 좋지만 실천력이 부족해 아쉽다고 하고, 인사 및 소통과 내정에서는 미흡하다고 총평할 수 있다."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을 두고 남긴 말이다.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여당도 일방적인 옹호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경제분야에선 여야가 모두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주요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은 기존 보수 정권과 달리 독일식 보수정당의 이념인 독일식 질서자유주의에 근접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식 질서자유주의는 시장의 공정 경쟁 질서를 훼손하고 사회의 공동체 기반을 무너뜨리는 탐욕을 정부의 개입으로 차단하며 경제민주화를 추구한다. 여기에서 탐욕의 주체는 재벌이다. 삼성그룹·현대자동차그룹·SK그룹 등과는 별개다.

여당은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추구하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의제를 바탕으로 입법 발의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여당은 시간이 갈수록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살리기와 창조경제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박 대통령과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주요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일자리 활성화에 대한 의지와 대책을 강조하며 경제민주화 기조의 약화를 암시하는 발언을 자주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사진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국민 행복의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라며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는 우리 경제의 미래"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편가르기가 아닌 상생"이라며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농민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함께 살기 위한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이라고 재차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을 피력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갑을 관계를 모두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시장경제를 해칠 수 있다"며 "시간을 두고 법과 태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물론 악질적인 사례는 법에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면서도 "법으로 완벽하게 차단하려는 것은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게 되는 것, 즉 빅브라더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아주 포기한다거나 '을' 지키기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앞으로도 경제민주화를 차질없이 실천할 것"이라며 "이미 공약한 바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신규 순환출자 금지·금산분리강화 등 관련 입법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포기는 아니지만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 야당 "박정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여전히 모호하고 불안"

야당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여전히 모호하고 불안한 것으로 규정한다. 경제민주화 법안이 논의되면서 새누리당이 일부 법안을 과도한 입법으로 규정, 소관 상임위원회 또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손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의 입장을 전제로 "(새누리당은) '모두가 갑'이라는 다소 추상적이며 모호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경제민주화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했다는 것은 뒤집어 이야기하면 새누리당이 최근 대선공약 때 이야기했던 경제민주화의 의지가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대변인은 "6월 국회에서도 경제민주화 입법에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예상했다.

진보진영 학계에서는 여당과 정부의 경제민주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선 당시와 다른 현재의 경제민주화 기조를 비판하고 있다.

김성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의 보수진영도 변화하기 시작했고 박근혜정부는 그 결과물"이라면서도 "보수 진영의 정상화를 저지하려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 재벌들의 조직적 저항과 관료들의 정보왜곡이 조만간 가시화됨으로써 박근혜정부의 정책 추진이 지연·왜곡·좌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최근 경제민주화 입법에서 새누리당의 갈지자 행보는 그 징조"이라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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