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 실장이 깜짝 발탁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막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내부적으로는 농협중앙회 인사가 분위기 반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
◆ 중앙회 인사로 내부→외부후보로 방향추 이동
6일 금융권 및 농협지주 회추위에 따르면 임종룡 내정자는 지난 3일 열린 2차 회의를 거치면서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추위 초기에는 외부인사인 신동규 농협지주회장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마찰을 감안해 회추위원들 사이에서 내부인사쪽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유력 내부출신인 김태영 전 신용부문 대표가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부회장)로 내정되면서 분위기가 외부인사 쪽으로 급선회됐다는 설명이다. 내부 후보 3명 중 정용근 전 신용부문 대표는 김태영 전무이사 내정에 따라 유력 후보군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됐다. 또 다른 후보인 신충식 농협은행장의 경우에도 초대 지주회장을 하고 자진 사퇴를 했다는 점이 결격사유로 지목됐다.
회추위 한 관계자는 "초반기에 신동규 회장 사퇴 등을 고려해 내부인사로 기울어진 분위기였는데 2차 회추위에서 김태영 전 대표가 중앙회 전무이사로 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 전 대표는 김 전무이사보다 선배이기 때문에 제외될 수밖에 없었고 신 행장은 지주회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차 회추위 자리에서는 초기에 유력 후보군에 형성되지 못했던 임종룡 전 실장이 부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관계자는 "2차회의에서 외부인사 중 기존에 유력하게 거론된 후보가 아닌 분이 부각되면서 추가 논의가 필요했고 회의가 몇 시간 만에 별 진전 없이 끝나게 됐다"고 밝혔다.
◆ 중앙회와의 관계·출신지역 등 고려해 낙점
외부 후보군 10명 중 4명은 고사의사를 밝혔고 6명 중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사는 배영식 전 의원이었다. 배영식 전 의원에 무게를 두는 회추위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배 전 의원은 지역문제와 김태영 전무와의 관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 전 의원을 비롯해 대부분의 외부 후보자가 1949년, 1950년생으로 1953년생인 김태영 전무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인선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배영식 전 의원 얘기도 나왔는데 배 전 의원 고향이 최원병 회장과 같은 경북이라 오해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특히 최 회장이 추천한 회추위원이 배 전 의원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앙회 전무이사가 금융전체를 총괄하게 되는데 전 전무이사보다 신동규 회장이 나이가 많아 묘한 갈등이 있었다"면서 "이러한 애로사항도 회추위원들이 고려해달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태형 전무와 나이문제를 포함한 중앙회와의 관계설정, 출신지역, 성품 등을 고려해 조정능력이 뛰어나고 온화한 성품의 임종룡 전 실장이 급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임 내정자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금융지주회장 중에서 임 내정자를 제외하고 전라도 출신은 전무하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 관계자는 "가급적이면 중앙회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성품이 부드럽고 화합할 수 있는 분을 주문했다"면서 "오히려 나이가 적어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장관급을 지냈다는 점으로 상쇄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