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청와대가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영선 새누리당 전 의원을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내정했다는 언론보도가 전해지면서 증권업계에서는 반발기류가 일고 있다.
10일 현재 청와대 측에서는 해당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 수장에 잇따라 관출신 인사들이 속속 임명되고 있어 업계와 시장에서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과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임기영 전 KDB대우증권 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 최근 김 전 의원이 급부상했다.
◆청와대, 친박계 측근 내정설…낙하산 '논란'
김 전 의원의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설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시장의 현황과 생리를 잘 알지 못하는 인물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전 의원은 경우 경남 거창 출신으로 신광여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나온 법조계 전문가 출신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장을 역임한 것을 제외하고는 금융 관련 경험이 없다. 지난해 9월부터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을 맡았으나 이번 거래소 이사장 공모를 앞두고 지난달 말께 사퇴했다.
한 증권업계 고위 인사는 "김 전 의원은 금융권 현장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거래소라는 거대 조직과 제도적 개선, 그리고 금융시장의 전반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기관장 낙하산 지명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며 전문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비춰 김 전 의원이 적합한가에 대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 금융권 현장경험 부족…글로벌 감각 요구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정치권 인사가 거래소 이사장을 맡으면 향후 거래소가 해야하는 수많은 과제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거래소는 몇 년 전부터 최우선 과제로 '글로벌 10대 거래소 진입'이나 '동북아 투자거래 허브 기반 구축' 등의 비전을 설정하고 추진중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및 시장 침체 등으로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새로운 이사장은 글로벌 마인드와 경험 등을 갖춘 업계 전문가여야한다는 요구가 많다.
한 전직 금융계 고위인사는 "(만약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금융시장 상황 전반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 자본시장과 거래소의 중요성을 볼 때 이사장 자리는 쉽게 정치권에서 내정할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루머' 수준 vs '힘있는 인사' 원할 것
반면 일각에서는 거래소 임원이나 직원들 입장에서는 김 전 의원의 내정을 은근히 바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거래소 임직원들이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은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기업공개 및 상장이므로 이를 '힘있는 인물'이 이사장을 맡아주길 바란다는 것.
차기 거래소 이사장이 추진해야 할 과제와 관련 금융업계 관계자는 "크게보면 글로벌 금융강국으로 발돋움해야 할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적절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해외사업 부문이나 상품 개발, 제도 개선 측면과 글로벌 거래소간 제휴 및 연계 문제, 글로벌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촉진 등을 적극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