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B국민은행장 선임을 승인하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 구성 방식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차기 행장 선임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
KB금융에 따르면, 은행장 선임은 KB금융 회장, 사장, 사외이사 2인 등 총 4명으로 구성된 대추위에서 이뤄진다. 행장 등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회장이 추천하면 대추위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현재 대추위 소속 사외이사는 이경재 이사회 의장과 조재목 사외이사다.
하지만 KB금융 사장은 회장이 선임하는 데다 대추위 표결 결과가 가부동수일 때는 회장이 결정권을 가져 사실상 회장이 행장 등 계열사 대표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구조다.
이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대추위 구성을 회장, 사장, 사외이사 3인(총 5명)으로 바꾸는 방안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부동수일 경우 캐스팅 보트를 회장이 행사하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사외이사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대추위가 4명으로 (짝수로) 구성돼 있다는 게 위원회 의사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른 지주사는 모두 대추위에 해당하는 위원회가 우리(KB금융)처럼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사외이사는 대추위 구성 방식의 변경 방향을 두고는 "다른 데를 찾아보니 모두 (사외이사가 더 들어가는 쪽으로) 돼 있었다"며 "모든 지주사가 그렇게 하고 있다면 그게 정상이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대추위에 해당하는 기구는 하나금융의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 신한금융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 우리금융의 자회사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자은위, 은행장 선임)·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대위, 계열사 CEO 선임) 등이다.
하나금융의 경발위와 신한지주의 자경위는 '회장+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인원수에서는 KB금융과 다를 바 없지만, 지주사 사장 대신 사외이사 한명이 더 포함된 구조다
우리금융 자은위는 '회장(혹은 회장추천 1인)+ 지주 사외이사 2인+ 지주 이사회 추천 외부전문가 2인+ 은행 사외이사 1인+ 지주 주주대표 1인' 등 총 7명이다. 자대위 역시 '회장(혹은 회장추천 1인)+지주 사외이사 2인+ 회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내외부전문가 각 2인 이내'로 구성한다. 두 기구 모두 인원수가 홀수인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자경위에서 가부동수일 경우에 대해 "회장이라고 특별한 결정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결론이 날 때까지 이견을 조율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도 "가부동수이면 부결로 처리된다"며 "후보자를 새로 선출하든가 한다"고 말했다.
결국 4대 금융지주의 행장이나 계열사 대표이사를 뽑는 기구 구조와 절차를 보면, KB금융이 4대 지주 가운데 회장의 입김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앞의 사외이사는 대추위 구성 변경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개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추위 구성이 바뀌면)대추위에서 후보 승인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회장이 후보를 추천할 때) 훨씬 신중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외이사도 "이사회 커미티(committee, 위원회)라는 게 보통 1, 3, 5 홀수로 나가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우리는 짝수(4명)로 돼 있어 문제"라면서 "사외이사들 사이에 그런 얘기가 있다"고 밝혔다.
이 사외이사는 대추위 변경 가능성을 묻자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 어 회장이 있을 때 까지는 그대로 간다"면서도 "다음 회장 때 이사들 사이에서 얘기가 나오면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변경할 사항은 아니지만, 임영록 회장 체제하의 행장 선임 때는 대추위 변경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대추위 구성이 사외이사가 추가로 포함돼 홀수 성원으로 바뀌는 방식으로 변화된다면, 국민은행장 경쟁 체제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는 대추위 짝수 인원수와 가부동수일 때의 캐스팅 보트를 이용해 회장이 사실상 행장 선임의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회장과의 지근거리가 중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추위의 사외이사 인원수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가부동수의 경우가 사라진다면, 사외이사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KB금융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로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윤종규 KB금융 부사장(CFO), 김옥찬 KB국민은행 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내부에서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