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내로 통화정책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씨티그룹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포테일스 파트너스의 찰스 피보디 회장은 11일 자 블룸버그통신 비즈니스위크지를 통해 올해 씨티그룹의 환차손이 2011년 기록 35억 달러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피보디 회장은 유로화 및 엔화, 신흥시장 통화대비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손실 규모는 50억 달러에서 최대 70억 달러(80조 원 상당)까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높은 경제성장 전망이 나타날 땐 환율 리스크 선호 성향도 늘어나지만 세계경제가 흔들리는 현 상황에서는 성장으로 상쇄할 수 없을 만큼 리스크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과는 달리 피보디는 씨티그룹 주식 매도를 강력히 권고하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씨티그룹 주가가 11% 상승한 55.67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피보디는 오히려 50% 급락을 예상했다.
씨티그룹이 환율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주장도 피보디가 작년부터 제기해온 논쟁거리다.
그는 작년 6월 멕시코 페소화와 브라질 헤알화의 약세로 씨티그룹이 30억에서 50억 달러 사이의 환차손을 입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씨티그룹이 발표한 공식 손실액은 이보다 적은 16억 달러였지만 이에 대해 피보디는 "규모는 빗나갔지만 방향은 맞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씨티그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마크 코스틸로 씨티그룹 대변인은 "우리는 환율 영향에 대한 대비를 적절히 하고 있으며 티어1(Tier1) 기본 자기자본 비율이 10%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피보디의 빗나간 손실 예상을 언급하며 "그의 주장은 가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환차손 예상 규모를 둘러싼 공방 속에서 미국 달러화가 당분간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올해 내로 연준이 통화정책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62%가 올 9~10월 내에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까지 현 통화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은 약 35%였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도 올해 9월을 축소 시기로 점찍었다.
우려 심리가 높아지면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줄줄히 하락하고 있다. 5월 이후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 루피화는 달러화대비 6% 이상 급락했다. 멕시코 페소화도 6% 하락했으며 반정부 시위로 정국 불안을 겪고 있는 터키도 5.7% 떨어졌다. 우리나라 원화와 싱가포르 달러화도 각각 2.3%, 2.1%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씨티그룹에게 신흥국들의 통화가치하락은 큰 타격이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씨티그룹은 페소, 원, 엔, 파운드화의 하락으로 7억 11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피보디의 예상이 맞다면 올해까지 축적된 씨티그룹의 환차손은 총 18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다만 달러강세의 변수는 이후 발표될 미국지표들이 어떤 성적표를 내놓느냐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발표된 5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은 17만 5000건으로 기대 이상 선전했지만 확실한 회복 신호로 보기는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2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통화가치에 따른 신흥국들이 어떤 정책행보를 펼칠지도 관심 대상이다. 이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FASBI(오버나잇 예금제도 금리)를 25bp 올린 4.25%로 깜짝 인상을 단행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