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채권과 외환을 중심으로 이머징마켓이 패닉장을 연출하고 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규모 자금 이탈이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유입된 자금에 비해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이머징마켓의 혼란 역시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12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이머징마켓의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유럽 자금은 340억달러에 달했고, 미국 자금 역시 약 1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에 유입된 유럽과 미국 자금은 각각 150억달러와 370억달러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최근 2주 사이 이머징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온 유럽 자금은 10억달러가량이며, 미국 자금은 거의 이탈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역시 유럽과 미국 자금이 각각 3억달러와 6억달러 빠져나오는 데 그쳤다.
노무라증권의 얀스 노드빅 외환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이후 이머징마켓으로 유입된 유럽과 미국 자금이 막대한 규모인 데 반해 최근 빠져나온 자금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심리가 더 크게 흔들릴 경우 대규모 자금이 썰물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 애널리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매입 축소 움직임에서 한 발 물러서면 금융시장이 진정될 것”이라며 “하지만 단기간에 시장 변동성이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정책 기조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는 극심한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월가의 투자가들은 이머징마켓의 채권과 주식, 통화 등 전반적인 주요 자산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섣불리 매수했다가는 떨어지는 칼날을 쥐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서 발을 빼는 것은 선진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함께 터키 소요와 필리핀 수출 감소를 포함한 지표 악화가 맞물린 만큼 단시일 안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브라질을 포함한 일부 이머징마켓이 외환시장에 개입, 통화 평가절상을 통해 자금 이탈 차단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홍콩 도릭 캐피탈의 호워드 웅 디렉터는 “이머징마켓의 잔치가 이제 막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