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조기종료에 대한 우려가 되풀이되면서 급격한 변동성에 신흥국들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 금락으로 신흥국들의 통화펀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리퍼가 13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신흥시장 현지통화펀드는 5월 초 이후 평균 마이너스 7.8%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6.1%, 6.7% 씩 손실을 낸 신흥시장 외화펀드와 신흥시장 주식펀드보다도 더 큰 손실을 나타냈다.
올해 신흥국들의 현지통화 채권에 유입된 자금은 총 204억 달러로 25억 달러에 불과한 외화채권 자금의 8배를 웃돈다. 높은 금리와 통화강세가 자금 유입을 이끈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뒤부터 통화가치는 하락세로 접어 들고 신흥국의 채권금리는 빠르게 상승(가격 하락)했다.
지난 5월 22일 이후 남아공 랜드, 브라질 헤알, 필리핀 페소, 인도 루피, 멕시코 페소 등 주요 신흥국 통화들은 달러화대비 3.2~3.4% 씩 평가절하됐다. 신흥국 통화채권금리를 따르는 JP모간 GBI-EM지수는 22일 이후 82bp 급등해 15.34%를 기록했다.
이런 급격한 매도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패스트머니'를 요인으로 손꼽았다. 고위험 고수익을 쫓는 패스트머니가 대거 유출됐다는 뜻이다.
오펜하이머펀드의 사라 제르보스 글로벌채권팀장은 헤지펀드를 매도세의 원인으로 꼽으며 "이자율 스왑금리가 신흥국의 통화채권 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한 것을 보면, 스왑을 보유하는 경향이 있는 패스트머니가 매수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신흥국들의 증시도 마찬가지도 암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폭락을 경험한 일본보다 이전에 이미 몇몇 신흥국들은 약세장에 진입하거나 문턱에 서있는 상태다.
대표적인 국가는 브라질과 러시아다. 브라질 보베스파(Bovespa)지수는 올해초 도달했던 고점대비 21%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러시아 또한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였다. 러시아 루블화로 거래되는 미섹(Micek)지수는 올해 고점대비 17% 폭락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반정부 시위로 불안한 정국을 이어가고 있는 터키증시도 올해 20% 가까이 내려앉았다.
러시아와 브라질의 경우 상품가격의 급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최대 자원 수출국인 중국이 성장 둔화에 빠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들어 브라질의 무역적자는 53억 9000만 달러까지 확대된 상태다.
터키는 경제외적 상황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나라다. 지난 10년간 호황을 이어왔던 터키는 올해 1분기 GDP성장률도 전망치를 상회한 3%를 기록했다. 하지만 장기 집권 중인 레세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2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신흥국들의 불안한 상황은 연준의 정책에 따라 다시금 안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이 국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신흥국의 경제 또한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