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증권업계가 '채권 쇼크'로 1분기(4~6월)에 무더기로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겨우 10여개사 정도만 흑자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4~5월 주식거래대금이 늘어나 실적 회복 기대감이 컸으나 이달들어 채권 금리가 급등,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1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한국금융지주, 키움, 대우, 미래에셋, 삼성, 우리투자, 대신, 현대, 동양, KTB투자증권 등 10개 증권사 1분기 순이익 전망치 컨센서스는 2985억원이었다. 이는 전 분기(1~3월) 2408억원보다 580억원 증가하는 수준이다.
하루 평균 주식거래대금이 6조64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1% 증가,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써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달 중순부터 시작된 채권 값 급락이 모든 기대를 무너뜨렸다. 최근 한 달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0bp가량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특정 채권중개팀이 100억원대의 손실을 봤고 내부감사에 착수했다는 소식까지 나오기도 했다.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58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부서에서 100억원대 손실은 대단히 큰 규모다.
이런 손실은 다른 증권사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고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대안으로 채권이 주목 받으면서 증권사들의 채권 투자는 많이 늘어났다. 투자은행 인가를 위해 확충한 자기자본까지 채권 투자로 몰리면서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규모는 144조원까지 증가했다.
국내 빅5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5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투자, 현대, 삼성, KDB대우증권 모두 10조원이 넘는다.
금리 상승은 곧 증권사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금융당국도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증권사 등 금융사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ㆍ감독을 강화하기로 나선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4월부터 6월 초까지 순이익이 흑자인 회사가 10여 개에 불과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채권 운용 규모가 큰 회사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거래대금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IB와 자산관리 등에서의 수익성도 좋은 않은 데다 금리 상승까지 겹쳤다"며 "금리 상승으로 인해 손실 규모가 의외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금리가 생각보다 빨리 올랐지만 증권사들이 헤지를 매일매일 했고 채권평가손실이 커지는 경우는 예상 밖 금리상승으로 이번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