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한마디에 요동쳤다.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나온 미국발 쇼크에 시장은 올 하반기 또 다른 패닉을 야기할 지 모르는 글로벌 테일 리스크를 다시 한 번 체크하며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연준의 이번 통화정책회의에 앞서서부터 주요 국제 기구들은 이미 미국의 양적완화(QE) 철수 가능성 외에도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 유럽 위기 상황의 악화, 중국 경제의 둔화 등을 여전이 중요한 '꼬리위험들(tail risks)'로 제시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달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 종료가 국채수익률 급등세를 초래하는 등 글로벌 경제 전망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OECD 사무차장은 “필요하다면 이례적인 통화정책을 종료하게 되는데 이는 관리하기 어렵고 생각보다 원활하지 않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국채수익률은 치솟고 선진국 및 신흥국 상당수에 심각한 성장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조기경보시스템으로 창설된 '국제금융센터(KCIF)'는 최근 하반기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잠재 위험요인으로 미국의 QE 축소와 더불어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실패, 아베노믹스 실패, 신흥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을 꼽았다.
오는 9월 예정된 미국 부채한도 협상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각을 여전히 세우고 있어 타결이 쉽지만은 않을 예정이다. 대치국면이 지속된다면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 등이 대두될 수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번 주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의 역풍들이 주택시장이나 금융시장에서는 방향을 틀었으며 남은 거의 유일한 역풍은 바로 재정지출 쪽에 있다고 언급했다.
또 작년 말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경우 최근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만도 닛케이 주가지수를 30% 가량 끌어 올리면서 승승장구 하는 듯 하지만, 일본 정부의 구조개혁이나 재정개혁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의도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남아 있다.
특히 국가 부채를 적절히 줄이지 못할 경우 일본 역시 신평사들의 등급 하향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금융 불안은 주변 시장으로 의 파급력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이나, 긴축에서 부양으로 노선을 튼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 이슈들도 계속해서 눈여겨 봐야 한다. 여기에 그리스 부채 추가상각, 슬로베니아 구제금융 가능성, 성장과 긴축을 둘러싼 각국 입장 차 등도 언제든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편, 최근 시장 변동성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세계은행은 시장 변동성은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으로, 이는 단기 리스크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은행 관계자들은 특히 미국과 일본의 경기부양책 향방을 두고 여전한 불안감을 보이긴 했지만 이 역시 단기적 이슈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 보고서를 주도한 앤드류 번스는 중앙은행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시장에는 핵심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면서, “변동성을 초래하는 것은 주로 정책 전망의 갑작스러운 변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제금융센터는 하반기 주요 글로벌 리스크들이 경제정책의 실기,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 등 ‘판단 실패’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금융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리스크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이에 대한 사전 대응을 철저히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