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졌던 세계경제가 미국의 출구전략 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무제한 돈풀기에 익숙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을 충격으로 빠뜨렸고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도 급부상하고 있다. 과연 한국 경제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의 변화 속에서 취약한 대외리스크에서 벗어나 경제안정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까. 뉴스핌은 국내 주요 경제전문가들을 통해 하반기 거시경제 전망과 함께 리스크 요인과 정책 제언 등을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註]
[뉴스핌=홍승훈 기자]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내구재 소비가 늘면서 하반기 국내기업 수출은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수출 추정금액(통관기준)은 약 2900억 달러 안팎, 경상수지는 150억 달러 등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5.2% 증가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같은 전망은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 기조하에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을 근거로 한 것이지만 엔저 여파와 중국의 저성장 변수로 인해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됐다.
산업별로는 철강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수출 회복세에 접어드는 가운데 조선업종에 대해선 기관별 전망이 엇갈리기도 했다.
◆ 하반기 수출증가율 5%대 회복세, 경상수지 186억달러 흑자 전망
뉴스핌(Newspim)이 26일 9곳의 국책 및 민간 연구소,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하반기 경상수지 및 수출증가율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하반기 경상수지 평균 전망치는 185억6000만 달러, 수출 증가율은 5.2%로 나타났다.
경상수지를 가장 높게 예상한 곳은 한국경제연구원으로 207억9000만 달러, 가장 낮게 본 기관은 LG경제연구원으로 150억 달러 수준이다. 기관별 격차가 50억 달러를 웃돌았다.
수출증가율에 대해선 기관별 차이가 더했다. LG경제연구원은 선진국 수출증가 효과로 인해 하반기 수출증가율을 10%로 예상한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3%를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 그간 미뤄뒀던 자동차나 가전 등 내구재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국내 내구재 완성품과 관련부품의 수출이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경제연구본부장은 "경기가 다소 회복된다고 수출성장세가 급하게 오르긴 힘든 산업구조"라며 "재작년까지 매년 두 자리수 수출 증가율을 보여왔는데 지금 경기가 조금 좋아진다고 증가율이 가팔라지기 어려워 현재로선 수출이 마이너스(-)가 아닌 것만으로도 선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의 국책·민간연구소들은 대체로 4~5% 안팎의 하반기 수출증가율을 예고했다.
◆ 수출 점진적 회복 추세, '중국+엔저 여파' 변수
엔저(低)가 진정되는 추세인 데다 미국의 양적완화 기조도 미국경제의 회복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하반기 수출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중국 리스크, 엔저 변수, 미국 재정위기 재현 우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 등은 하반기 수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변수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국의 금융시스템과 경제 경착륙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을 거쳐 중국으로 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중국이 금융위기에 빠진다면 그나마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물거품이 되고 글로벌 수출 역시 동반 하락할 수 있다"며 "중국의 긴축이 지속될 지, 중국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가 이어질 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동양증권 이철희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이 그간 풀렸던 유동성으로 인한 버블 우려가 있고 이것이 미국 출구전략과 맞물리면서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시진핑체제가 안착하는 과정 속에서 글로벌 경제를 이끌만한 동력을 중국이 사실상 상당 부분 잃었다는 점도 국내 수출전선에는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엔저 흐름도 주목할 변수다.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 주요업종에서 엔저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최근의 엔저가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한일 수출경합도는 자동차, 전기전자, 선박 등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컴퓨터 제조업의 경합도도 최근 높아졌다"며 "경합도가 높다는 것은 한일간 경쟁관계가 높아 엔저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반면 산업연구원 강두용 동향분석실장은 "엔저 영향은 향후 좀 더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달러/엔 환율이 100엔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진전되지 않는 한 수출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의견을 달리 했다.
◆ 철강 제외 대부분 업종 수출 회복 기대, 조선업종은 전망 엇갈려
산업별 전망을 보면 대부분 업종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 스마트폰 등 IT제조업과 일반기계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종에 대해선 하반기 수출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낙관론과 함께 엔저 여파로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며 업황 부진을 예상하는 비관론이 동시에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스마트폰 등 IT제조업의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조선이 61.5%로 큰 폭 증가하고 일반기계가 뒷받침되면서 하반기 수출이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강두용 실장은 "하반기엔 철강 외에 모든 산업이 수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특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여온 조선 수출이 하반기에는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 등으로 높은 증가로 전반적인 국내수출 증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본부장은 "업종별로는 대부분 산업이 회복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온 반도체부문의 수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며 "다만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가 정체상태에 접어들었고 건설업의 모양새는 시간을 두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은 주요 수출업종의 업황 악화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경연 김창배 연구위원은 "철강, 조선, 전기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업종 등의 수출 부진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위원은 "조선은 세계 조선산업 수주량 급감후 미약한 발주량 증가가 예상되나 일부 선종에선 엔저현상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철강의 경우 세계경제 침체와 엔저, 중국 철강생산 과인 등으로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