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미국 시퀘스터, 유로존 위기, 중국 경착륙 위험 등 중요한 위험 요소들이 충격을 주지 않고 비껴갔다. 경제 회복 속도는 느리지만 완고한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장기금리가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채권시장이 동요하고, 신흥국으로 유입되던 자금이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의 새로운 실험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불확실한 데다 중국 새 지도부의 완고한 개혁 의지가 새로운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적잖은 부담이다. 이 가운데 뉴스핌은 상반기 추세를 점검하고, 하반기에 주목할 추세, 위험요인을 점검한다. [편집자 주]
[뉴스핌=김동호 기자] 미국의 출구전략 가시화 우려에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고 있다. 또한 이에 더해 중국의 성장 둔화 및 신용경색 우려가 부각되며 증시는 낙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하반기 미국의 경기개선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글로벌 증시는 변동성이 확대되며 투자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18~19일 있었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벤 버냉키 의장이 연내 양적완화 축소 및 내년 종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중국의 제조업지표 부진 및 신용경색 우려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더욱 요동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22일 이전까지 11.2%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MSCI AC World 지수는 이후 6월 21일까지 7% 가량 하락했다.
◆ 전문가들 "채권 보단 주식 사라"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 성장둔화 및 신용경색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안전 자산인 채권에서 빠져 나와 위험 자산인 주식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대 순환 장세)'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6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 결과 주식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 비중이 41%에서 48%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반면 채권에 대한 비중축소 의견은 지난 5월 38%에서 이달 50%로 대폭 늘어났다.
특히 그간 연준에 의해 풀린 돈의 상당량은 채권시장, 그 중에도 특히 고위험채권이나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갔기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도이체방크의 조셉 라보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양적완화로 인해 풀린) 돈의 상당량이 주식시장으로 가지 않고 채권, 특히 고위험 채권이나 신흥시장으로 갔다"며 "그곳에서 자금 이탈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주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언급과 중국의 자금경색 우려가 제기된 이후 아시아 지역의 채권시장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달러채 발행 역시 최근 3주간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바클레이즈는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스프레드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며 "아시아 크레딧물에 대한 선호도 역시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 역시 "시장 투자심리 측면에서 현재의 채권시장은 버블국면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채권시장의 버블이 갑작스레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조건들을 감안할 때 미국 등 선진국 증시와 위험자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미국의 경기회복세 역시 주목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제프리스앤컴퍼니의 워드 매카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고용 및 주택시장 개선과 에너지에 대한 잠재적 수요 증가, 제조업 회복 조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결국 위험 자산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흥시장 "좋은 시절 다 갔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언급 이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디커플링이다.
*차트: MSCI선진국 및 신흥국지수 |
지난 달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입장을 내놓기 전까지 필리핀과 터키, 인도네시아 증시는 각각 27%, 19%, 18%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미국 증시(16%)를 앞질렀다.
그러나 5월 22일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발언을 내놓은 이후 신흥시장은 급격한 자금 유출을 겪고 있으며,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달 22일 이후 6월 21일까지 한 달간 14% 가량 급락했다.
특히 연초에 큰 폭으로 상승했던 필리핀과 터키, 인도네시아는 모두 15% 이상 하락했다. 이와 홤께 연초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브라질과 멕시코, 러시아, 중국 등은 정국불안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연일 하락 중이다.
이 같은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과 증시 하락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신흥시장의 활황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 2003년 당시 브릭스의 강한 성장을 예견했던 골드만삭스의 전망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 국가별 증시 수익률(2013.5.22일~지난주) |
골드만삭스는 신흥시장이 지난 10년간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었던 5가지의 원인들, 즉 ▲브릭스 국가들의 강한 성장세 ▲높은 원자재 가격 ▲정부 재정 개선 ▲인플레이션 둔화 ▲미국의 낮은 금리 등이 중단되거나 일부는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도미닉 윌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순환에 따라 (투자의) 기회가 오거나 사라지는 일은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신흥시장의 자산가치 강세 흐름은 끝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향후 10년간 신흥시장의 자산들이 지난 10년 동안의 투자성과를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라며 "절대적 수익률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신흥시장의 약세 원인은 글로벌 매니저들의 설문에서도 나타났는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6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도는 2008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매니저들 중 25%가 향후 12개월 내에 비중을 축소해야 할 지역으로 '신흥시장'을 꼽았으며, 개별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와 인도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그간 '비중확대' 의견이 많았던 이들 시장은 6월 조사에선 '비중축소'의견이 더 많았다.
◆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라
반면 선진시장은 신흥시장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MSCI 선진시장 지수는 5월 22일 이후 한 달간 6.1% 하락했지만, 이는 신흥시장 하락 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적완화의 축소 또는 중단이 가시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흥국 보다는 선진국의 경기모멘텀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실제로 전세계(OECD)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8월 저점을 형성한 이후 8개월 연속 상승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 실상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회복세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그림: OECD 경기선행지수 |
반면 중국 등 비 OECD 주요국들을 합산한 경기선행지수는 여전히 OECD 경기선행지수와 이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할 경우 경기회복 추세가 살아있는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올 하반기 역시 신흥국 대비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미국은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양적완화를 고려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증시에선 IT와 헬스케어, 경기소비재 섹터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어 이후에도 이들 업종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소재섹터는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가격 매력은 부각될 수 있으나,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일본 증시 역시 최근 급격한 조정을 보이고 있어 그간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됐다는 평가다. 지난 5월 22일까지 50% 가량 상승하며 글로벌 증시 랠리를 견인했던 일본 증시는 일시적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며 급락세를 연출한 바 있다.
글렌뷰캐피탈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레리 로빈스는 최근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인해 이자율이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주식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조언했다.
로빈스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주식시장에는) 장기투자자들이 평균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늘 기업가(오너)처럼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며 "현재 우리 기업들은 자본비용 대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이러한 기회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증시의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향후 상승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투자전략 책임자는 "증시가 조정을 보인 후 다시 랠리에 나설 것"이라며 "주식만이 적절한 밸류에이션과 펀더맨탈을 기반으로 중기적으로 양호한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