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26일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던 권영세 주중대사가 "집권하면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했다는 녹취록을 공개하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록이 이미 대선 전 박근혜 캠프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작년 12월 10일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나눈 대화 녹취파일을 제보를 통해 받았다며 이를 공개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권 대사는 "NLL(북방한계선) 관련 얘기를 해야 되는데 NLL 대화록 자료를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게 역풍 가능성이 있어 말 그대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비상계획)이다. 도 아니면 모 할 때 아니면 못 깐다"며 "그런데 지금 소스가 청와대 아니면 국정원이니까 대화록 작성하는 데서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고 말했다.
다만 녹취파일의 상태는 좋지 않아 박 의원측에서 자막으로 풀어 제시했다.
박 의원은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임명된 직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화록에 관한 내용을 보고했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권영세 전 실장이 지인들에게 구체적으로 3개의 패러그래프에 해당하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얘기들을 한다. 이것은 이번에 공개된 전문과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매우 긴 문장이므로 누군가로부터 들어서 잠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을 얘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렇다면 NLL 대화록은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에 무단으로 유출돼 '정상회담 분석보고서'라는 내용으로 정제됐고, 이 전 대통령과 많은 관계자가 비밀 자료를 들여다보고 공유했음이 분명하다고 판단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작년 10월 4일 이 전 대통령의 통일비서관 출신 정문헌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허위의 말을 했다"며 "그때부터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12월 19일까지 일각에서 끊임없이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운운하며 대통령선거용으로 활용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수사 개시되고, 검찰에 의해 수사 결과 나왔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의해서 국정조사도 예정돼 있다"며 "그런데 난데없이 두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의 최고 정보기관과 국정원장에 의해 대통령기록물인 대화록 전문이 열람되고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서 국민적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박 의원은 권 대사가 국정원 대선·정치개입 사건의 '몸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