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미국 시퀘스터, 유로존 위기, 중국 경착륙 위험 등 중요한 위험 요소들이 충격을 주지 않고 비껴갔다. 경제 회복 속도는 느리지만 완고한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장기금리가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채권시장이 동요하고, 신흥국으로 유입되던 자금이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의 새로운 실험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불확실한 데다 중국 새 지도부의 완고한 개혁 의지가 새로운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적잖은 부담이다. 이 가운데 뉴스핌은 상반기 추세를 점검하고, 하반기에 주목할 추세, 위험요인을 점검한다. [편집자 주]
[뉴스핌=김동호 기자] 글로벌 경기회복 기조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하반기 상품시장은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지속됐던 상품 시장의 슈퍼사이클(super-cycle)이 끝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역시 상품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그간 고도 성장을 통해 세계 경제를 이끌던 중국 경제가 구조적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으며,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시장의 판도 역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상품시장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또한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 하반기 양적완화를 축소키로 함에 따라 이에 따른 영향도 주목된다.
◆ 하반기, 상품시장 수요 모멘텀 부재
전문가들은 하반기 상품시장이 여전히 미약한 글로벌 경기 성장으로 인해 수요 모멘텀 부재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여전한 잉여 공급분에 대한 부담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달러화 강세 등으로 상품시장은 가격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글로벌 상품가격을 대표하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GSCI지수는 지난 주말(21일) 기준으로 610.04를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 5.7%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CRB지수 역시 5.7% 가량 떨어졌다. CRB지수는 상품가격 리서치회사인CRB(Commodity Research Bureau)사가 만든 지수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를 비롯해 천연가스ㆍ금ㆍ구리ㆍ니켈ㆍ설탕ㆍ커피ㆍ옥수수ㆍ밀ㆍ오렌지주스ㆍ돼지고기 등 19개 원자재의 선물가격을 평균해 상품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대표적인 비관론자 중 한명인 드럭켄밀러는 "지난 10년간 유지됐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이제 끝났다"며 "투자자들이 상품 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독이 든 칵테일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특히 "중국 경제가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를 통한 성장 구조에서 소비가 동력이 되는 구조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 시장의 호황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CMC마켓의 마이클 휴슨 애널리스트 역시 "연준의 자산 매입 축소에 따라 미국 경제 회복이 둔화될 수 있는데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 역시 실망스러울 정도로 부진하다"고 지적하며 "원자재 가격 하락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금, 아직 바닥 아니다...추가 하락 가능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였던 금은 올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부각과 함께 강세장을 종료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 가격은 상반기에만 20% 넘는 하락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바닥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해 추가적인 가격 하락 리스크가 남아 있으며, 인플레이션 헷지 수요 부재와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안전자산의 매력도 감소가 금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투자증권 강유진 애널리스트는 "금에 대한 투자 수요는 인플레이션 헷징, 안전자산투자처, 대안투자 수단 등이 있는데, 최근 낮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회복 예상으로 금 약세가 전망돼 투자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올해 글로벌 금 ETF 자금이 연초부터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다"며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 축소와 추가 자금 이탈로 인해 가격 하락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키프로스의 금 매각설과 유럽중앙은행들의 금 매각 우려 등도 하반기 금 가격에 하방압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도이체방크 역시 올해 금 가격이 온스당 1428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보다 6.8% 하향 조정한 수치다. 이들은 또한 내년 금 가격은 1338달러로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국과 인도의 귀금속 수요와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등은 여전히 금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장기적인 금 생산원가의 상승 역시 금 가격의 하방 경직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다수 전문가들이 금 가격의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금값이 상승할 것이란 주장도 나와 주목된다.
유로퍼시픽캐피탈의 피터 시프 최고경영자는 최근 "금값이 힘없이 떨어지고 있지만 대다수 투자가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장기 상승 추세가 종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펀더멘털을 볼 때 주식이 아니라 금을 매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주가 상승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인플레이션인데, 이는 주식보다 금에 더욱 강한 호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 선물이 과매도 상태이며, 조만간 강한 상승세를 회복할 것"이라며 "금값이 의미있는 상승 추세로 반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말까지 올해 고점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 외에도 글로벌 SOC 투자, 특히 중국의 전력망 투자사업 영향으로 구리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으며, 미국의 경제 회복으로 인해 백금과 팔라듐 등 자동차 촉매제 원료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원유, 제한된 상승 기대
국제 유가는 하반기 제한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원유 수요가 다소 개선되며 유가 역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OPEC은 월례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세계 원유 수요량이 일일 90만 배럴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는 상반기 석유 수요량 전망치인 70만 배럴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하반기 글로벌 경제 회복 전망과 함께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수치다.
다만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 및 셰일의 증산으로 인해 급격한 수급 불균형 현상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강유진 애널리스트는 "미국 셰일 혁명으로 전세계 에너지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며 "세계 에너지 공급 시장에서 미국의 파워가 점차 강해지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 세계 최대의 산유국 등극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달 초 OPEC은 셰일에너지가 기존 세계 시장의 에너지 공급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하며, 셰일 오일이 오는 2020년까지 하루 200만 배럴 가량 생산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는 현재 나이지리아의 하루 석유 생산량과 맞먹는 양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이어 "미국 드라이빙 시즌, 허리케인 시즌의 계절적 강세 모멘텀으로 여름철 제한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수 있으나, 올 4분기부터 수급 완화가 나타나며 유가의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 같은 미국의 원유 생산 확대가 공급 과잉을 유발,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세계 원유 공급의 40%를 차지하는 OPEC국가들의 생산 조절 능력을 감안할 때 유가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