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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주를 거수기로 만드는 한국거래소

기사등록 : 2013-07-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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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서정은 기자] "내일 사외이사를 뽑는 주총인데 오늘까지도 후보가 누구인지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주주한테 거수기 노릇하라는 얘기 아닙니까?"

한국거래소의 주주들이 화났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하게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선출하려 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오는 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 4명을 새로 선임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선임되는 사외이사 중 일부는 차기 이사장 후보를 추리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으로 위촉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하지만 거래소는 주총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도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후보들이 자격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 미리 말할 수 없다"며 "3일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상장 기업이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주총 2주 전에 이사회를 열고 후보자를 정한 후 공시를 해야 한다. 주주들이 사외이사로 적합한 지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취지다. 임시주총, 정기주총 모두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임원 선임의 건을 목적으로 임시주총을 선임한다고 짤막하게 올렸을 뿐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어땠을까. 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는 “이를 어길 경우 일반 기업들의 주총은 흠결이 생긴다며 소송을 당할 수도 있고 거래소에 의해 불성실법인으로 공시되고 아울러 벌점당 500만원씩 제재금마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상법 542조의 4에 관련 규정들이 나와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거래소는 감독만 할 뿐 스스로 지키는 데는 인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설령 거래소가 상장 기업이 아니어서 이를 지킬 의무가 없다해도 주주들을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는 책임을 피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래소 주주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아직까지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대표이사나 임원 대신 위임 받은 직원이 주총에 참석해 찬성표 던지고 오는 게 관행처럼 되다 보니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성토했다.

자본시장의 발전은 주주를 중시하고, 절차를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거래소는 몰라서 이럴까?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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