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포르투갈의 정국 불안에 잠잠했던 유로존 주변국 국채시장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포르투갈은 물론이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동반 급등, 유로존 부채위기가 재점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고강도 긴축 정책을 주도했던 비토르 가스파르 재무장관에 이어 파울로 포르타스 외무장관까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게 고조되는 양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포르투갈 사태는 유로존 부채위기 진화책으로 시행한 긴축안이 의도했던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한계 상황에 이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EU와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7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포르투갈은 내년 중반 프로그램을 종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재정 지출 삭감과 구조조정의 후유증에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포르투갈 경제는 2.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3년 연속 침체를 보일 전망이다.
주변국 전반의 국채 및 자금시장이 뚜렷한 경계감을 드러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포르투갈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올들어 처음으로 8% 선을 밟았다. 이와 함께 스페인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각각 15bp와 11bp 뛰었다.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국채의 디폴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507bp로 105bp 치솟았다.
민트 파트너스의 빌 블레인 전략가는 “포르투갈은 또 한 차례 위기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치권이 흔들리면 경제 개혁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국채 뿐 아니라 회사채 시장까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유럽 지역의 125개 투자등급 회사채 CDS 프리미엄을 추종하는 마킷 아이트랙스 유럽 지수가 5bp 올랐고, 50개 하이일드 본드의 CDS 프리미엄을 추종하는 지수 역시 21bp 급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이날 투자보고서에서 “국채 수익률 상승과 정국 불안정이 맞물리면서 내년 포르투갈이 민간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 무산될 것”이라며 “이 경우 유로존은 추가적인 구제금융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베렌버그 뱅크의 크리스틴 슐츠 이코노미스트는 “포르투갈이 유로존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했다”며 “주변국의 개혁과 중심국의 지원이라는 큰 틀이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리스는 EU와 IMF에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된 개혁안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유로존 재무장관은 오는 8일 그리스의 개혁안 진행 상황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EU 관계자는 그리스가 공공 부문 일자리 감소와 민영화, 헬스케어 부문 개혁 등 굵직한 현안들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