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지난 월요일 새벽 이집트 군대와 무르시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충돌이 피로 얼룩치며 수많은 사상자를 낸 가운데,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이 내년 초 대통령 선거를 진행한다는 일정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54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유혈 참극이 발생한 날인 8일 늦게 만수르 임시 대통령은 중지된 기존 헌법을 대신하는 새로운 헌법개정위원회를 15일 내에 구성하여 4개월 내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개헌 이후 자동적으로 내년 초까지 총선거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새롭게 구성된 의회가 대통령 선거를 요청하고 승인하게 된다.
의회가 발족할 때까지는 임시 대통령이 입법을 관장하면서, 임시 내각과 협의해 법률을 제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슬람 세력의 지도부 겪인 정치세력 무슬림형제단은 이러한 발표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앞서 형제단은 군대가 시위대에 발포했다면서 이슬람세력가 친 무르시 시위대에게 전국적인 시위를 요구했다. 이집트 군대는 무장한 세력들이 먼저 공격해 와 대응했을 뿐이라고 말해 서로 발표가 엇갈렸다. 보건부의 발표에 의하면 모두 54명이 사망했고 435명이 부상당했다.
전문가들은 임시 정부가 선언한 민주 선거 로드맵이 비현실적이라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집트 상황이 '내전'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 임시정부는 군대와 친 무르시, 반무르시 시위대 사이에 새로운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군대는 지난주 금요일에도 공화국수비대 건물 앞 시위대에 발포해 3명을 죽음으로 몰았고, 이 때문에 피의 학살이 자행되기 전에 이 자리에 수많은 시위대가 앉아서 도열한 상태였다.
앞서 총리 선정 시도에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 대한 반대로 물러선 상황에서 민간변호사 출신의 총리 인선이 예상되지만, 해당 인물이 무르시 축출과정에 참여한 친 군부 인사라는 점이 문제시 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무슬림형제단은 9일에도 "군사 쿠데타와 학살에 항의하기 위해" 다시 대규모 항의 시위를 조직할 예정이다. 이번 '피의 일요일' 사태로 그 동안 군부를 지지해 온 일부 이슬람주의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수니파의 성직자는 전날 성명을 내고 "이집트의 내전을 피하기 위해 사건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을 요구했으며, 또다른 이슬람주의 정당들 역시 군의 대응을 비난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번 이집트 사태에서 군부의 개입에 대해 '쿠데타'로 정의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미국 정부는 폭력 사태에 대해 비난하면서 "최대한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아직 어느 정치세력에 대해서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중립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편, 같은날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는 "민주주의와 자유가 같은 것은 아니고 이번 사태처럼 심지어 적이 될 수 있다"면서,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는 이집트 자유주의자들은 무르시와 무슬림 형제단이 근본적인 자유를 위협했다는 판단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지만, 또한 자유 선거로 수립된 정부를 축출하는 것을 열렬히 지지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서구에서는 모든 자유의 근간이 투표에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역설적이지만, 실은 역사적으로 볼 때 서구에서도 투표권은 처음부터 있던 자유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획득한 자유였음은 분명하다.
그는 "카이로의 사태는 '자유주의적 쿠데타'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보여주며, 선거로 수립된 정부를 전복시킬 경우 감시와 정치적 반대파의 숙청 그리고 거리의 시민들에 대한 발포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전복 역시 마찬가지로 슬픈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