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단기 주주(Short-term Shareholders). 행동주의 투자자를 표방하는 헤지펀드에 주로 붙는 꼬리표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실제로는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고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통상 헤지펀드들이 투자한다고 하면 해당 기업은 긴장하게 마련이다. 단기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미래 가치를 포기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1980년대엔 거의 그랬다. 헤지펀드들은 기업을 먹기 위한 침입자였고, 그런 다음 자본을 유동화해 챙겼다. 이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들은 맨몸으로 떠나야 했다. 영화 <월스트리트> 주인공 고든 게코가 그 전형이다.
오늘날 헤지펀드들 역시 빨리 이익을 거둬들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다. 인수 기업을 통해 대출을 일으켜 그 자금으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안긴 뒤 그 회사가 이를 상환케 한다.
주주들에게 이득이 될 거라 판단하면 사업부를 분사시키거나 매각을 하게도 한다. 이런 전략들은 위험한 편이다. 그러나 종국에 단기 이득만을 취해 주주들에게 해가 되는 것인가 하면 꼭 그렇지 않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투자회사 지분을 평균 20개월간 보유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다른 연구 결과에서 반대로 기관투자가들은 1개월 미만으로 주식을 샀다가 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헤지펀드들이 더 장기 가치를 만들때까지 지켜본다는 얘기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주주 지배구조 행동주의를 연구하는 루시안 A. 베브척 교수와 앨런 P. 브래브, 웨이 지앙 등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그런 결론이 도출됐다. 이들은 지난 1994~2007년 동안 2000개 이상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을 조사했다.
단기적으로는 헤지펀드들의 개입은 주가를 6% 올렸다. 장기적으로, 약 5년의 기간동안으로 이런 주가 상승분은 유지됐다. 다른 척도, 즉 총자산순이익률(Return On Assets; ROA) 같은 걸로 봐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헤지펀드들이 단기 이익(quick buck) 전략을 취하거나 레버리지 전략을 취할 때 이로 인해 가치가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인 이익이 발생된다는 결론이다.
에이프릴 클라인, 에마뉴엘 주르 등의 연구에선 행동주의 주주들이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낼 수 있으려면 1년 이상이 걸렸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볼 때 헤지펀드들이 단기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치부해 버리긴 어렵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늘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영국의 더 칠드런스 인베스트먼트(TCI) 펀드는 미국의 대형 철도회사 CSX에 투자헀다가 수천만달러의 손실을 냈다.
(출처=FOX 비즈니스 뉴스) |
NYT는 이런 근거들을 볼 때 단기냐 장기냐를 기준으로 주주들을 나눌 것이 아니라 회사가 취해야할 방향이나 리스크에 대해 의견이 다른 것을 두고 주주의 종류를 가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