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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전망 논란] 下 한은 모형부장 "우리는 점쟁이가 아니다"

기사등록 : 2013-07-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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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에 대해 한은 실무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한은 조사국에서 직접 모형을 돌리며 전망 숫자를 내놓고 있는 박양수 계량모형부장은 "우리는 점쟁이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그의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됐다.

우선 '신의 계시'를 받고 하는 전망이 아닌 만큼 오류의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중앙은행 조사국의 자존심이다. 점쟁이처럼 쉽게 '경제가 안 좋다'고 말했다가 '아님 말고' 식으로 도망가는 전망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망보다 실제 경기가 좋으면, 부정적 전망을 내놨던 쪽은 쉽게 비판을 피해간다. 관심의 대상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경고'였다는 면죄부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망은 정보를 기초로 하는 것이다. 경제가 나아지는 게 맞다면 나중에 욕을 먹더라도 그 쪽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세계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면서 다른 기관들의 전망은 조금씩 낮아졌는데 한은만 4월에 비해 전망치가 상향조정되니까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

▲ 우리는 전망의 일관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성장이 낮아질 것이라고 해서 다들 조정했고 우리도 반영을 했다. 세계경제 전망이 0.1%p 하락하면서 우리도 0.1%p 낮아진 측면이 있다. 우리는 거의 1대 1로 반영된다.

추경을 하고 금리인하의 효과가 있으니까 0.2%p가 상향 조정했다. '다들 낮추는데 우린 올리냐'고 묻는데 우린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했으니까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한 것을 안 했다고 할 수 없다.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글로벌 성장세가 꺾이는 것을 추경과 금리인하가 막을 수 있느냐고 묻는데, 성장이 꺾이는 정도에 다르다. 위기가 급격하게 오면 (정책으로) 되돌릴 수 없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 물가와 경상수지 전망이 크게 변했다. 국제유가가 한은의 당초 전망보다 크게 하락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떨어졌다면 수요측면에서 유가 수요가 축소됐다는 것이고 이것은 세계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 않는지.

▲ 그렇지 않다. 유가도 미국 셰일가스 때문에 낮아진 것이다. 그것이 영향을 받아서다. 세계 수요가 약간은 줄었겠지만 앞으로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유가가 안정된 것은 공급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이집트는 어떻게 될지 몰라서 우리는 리스크로 잡았다.

- 올해 우리 건설 투자가 상당히 좋다고 판단을 했는데 너무 비중을 크게 본 것 아닌지.

▲ 이미 1~2분기에 취득세 한시 면제 등으로 실적이 좋았다. 미리 완공할 필요가 있던 것 같다. 그래서 건설 부분이 올라간 것이다. 수출은 약간 떨어지고 소비는 안 좋게 봤다. 소비가 안 좋으면서 수입도 줄 것이라고 본 것이다.

- 중국 경기에 대해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 중국에 대한 여타 기관의 전망이 7.5% 부근을 왔다갔다 하는데, 우리는 7.8%로 보면서 약간 좋게 보는 쪽이 됐다. 중국경제의 침체 가능성 등에 대해 우리는 리스크 요인으로만 잡고 외부에 발표하는 수치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중국은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들어갔다(이번 전망에서 한은은 상하방 리스크가 균형이 이루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최근 몇 차례 한은의 전망이 틀리면서 한은의 전망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측면 때문에 이번에도 ‘못 믿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 지난해 전망이 틀린 것에 대해 전일 신운 조사국장은 “유로존 재정위기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문제 때문에 그랬다”고 설명했다. 전망 실패의 원인을 일종의 ‘블랙스완’ 탓으로 돌리는 것 같은데 이번에도 또 틀리고 그런 핑계를 댄다면 무책임한 것 아닌가.

▲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점쟁이가 아니다. 가진 정보를 가지고 예측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안 좋게 찍는다. (그러다가 틀려도) 비판을 안 받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주어진 정보 하에서 하는 것이다.

내년 4%라고 하니까 낙관적이라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경제회복세에는 다들 동의를 한다. 조금씩 나아진다고 하는게 결국 전기비 1%다. 전기비 1%면 연 4%가 나온다. 산수다.

만약 앞으로 경기가 꺾이고 우리가 그것을 몰랐다면 추궁을 당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전망을 한은이 다 할 수는 없다. IMF의 전망 등 주어진 정보에서 해야 되는 것이다. 무조건 맞춰야 한다고 하면 모형을 둘 필요가 없다. 우리는 점쟁이가 아니다.

- 우리경제가 완연한 저성장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아닌지, 그리고 한은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 영란은행도 최근 전망이 많이 틀렸는데 한 관계자가 “구조변동이 일어나면서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레짐이 바뀌었는데도 레짐이 변했다고 인식을 하지 못하면 성장률 전망이 실제보다 위쪽으로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짐 스위칭(변화)이 됐는지는 증거가 있어야 된다.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 정책 하는 사람들이 먼저 손댈 수가 없다. 무책임하게 떠드는 사람들과 우리는 다르다. 전망이 솔직히 뒷북칠 수 있다. 그건 전망하는 사람들의 한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점쟁이처럼 아님 말고일 수는 없다

- 남들은 다 성장률을 낮추는데 혼자 올리는 것이 좀 이상하다.

▲ 컨센서스를 따라가는 것은 바보짓이다. 중앙은행이 묻어 갈 수는 없다. 꿋꿋하게 가야 한다.

-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에 대해 한은이 굉장히 불편해 하는 인상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 모든 정책당국자들은 심리 위축을 다 싫어한다. 하지만 우리는 의도를 갖고 수치를 만지지는 않는다. 의도를 가질 이유도 없다. 전망은 정보를 기초로 하는 것이다. 경제가 나아지는 게 맞다면 나중에 욕을 먹더라도 그 쪽으로 가야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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