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부자들이 침체 일로의 자국 A주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증권사들은 '큰 손' 중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인 대상 특별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16일 중국 증권시보(證券時報)는 최근들어 중국인들의 미국 증시 투자 열기가 뜨겁다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가 많은 중국 투자자들의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인터넷 업체에서 근무하는 취(屈)모 씨는 증권시보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근무하는 업체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후 미국 증시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중국 본토 A주에도 투자하고 있으나 최근 몇 년간 투자금의 20% 가량을 손해봤다고 털어놨다.
이 신문은 취모씨와 같은 미국 증시 투자족을 일컫는 '차오메이주(炒美族)'들은 미국 증시 투자 환경이 중국 A주와는 다른 탓에 동호인들끼리 투자하려는 모 유망 기업에 대한 기본 경영상황, 향후 발전 전망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은 주가를 전망한다던가 유망주를 추천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중국 당국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개인 명의로 해외 증권시장에 직접투자하는 것을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 5월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제도를 마련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인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증시 투자가 개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차오메이주들은 홍콩을 통하거나 직접 미국 증권사 사이트에 계좌를 개설해 미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으며, 관련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차오메이주는 3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 투자 요건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차오메이주들은 중국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하이클래스에 속하는 계층이라며, 미국 증시에 투자하려면 영어에 능통해야 각종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으며 세계 자본시장 운용 규칙과 사정에 밝아야 할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투자 수단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여권과 신분증, 거주지 증명 등 문서를 스캔해 증권사가 지정한 이메일로 발송하면 바로 미국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며, 미국 증시 투자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미국 증권사들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중문 홈페이지를 개설해 중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해외 증권사를 선택할 시에는 반드시 신중을 기할 것을 조언했다.
한편 올해들어 미국 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중국 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하며 투자자들에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 중국인 투자자는 "중국 주식의 경우 경영 실적이 좋고 업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업체의 주가는 항상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반면, 갑자기 유망주로 떠오른 테마주들은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며 "이러한 점은 미국 증시와 상반된다"고 말했다.
이 투자자는 또 "일례로 미국의 반도체 칩 제조업체 AMD 주식을 작년말 매입했는데 당시 가격은 주당 2.5달러 정도였다"며 "이 업체가 게임기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돼 매입 결심을 했다"면서 "현재 이 업체의 주가가 4.5달러로 올랐으며 앞으로 주당 8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동일한 업종에 종사하는 업체 주가가 미국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인데 반해, 중국 본토 A주에서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된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경우 미국 증시에선 주당 900여 달러로 주가수익률(PER)이 27배인데, 중국 A주에서는 증시가 전반적으로 전망치보다 부진함에도 대부분의 IT·과학기술 관련주들의 PER이 높은 편이라는 것.
아울러 미국 증시에는 장기 투자자들이 많고 주식 시장이 상장사의 수익 배당에 민감한 탓에, 매입한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기업 수익 배분에 관심을 갖는 것이 투자자들의 보편적인 투자 패턴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소개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와 달리 미국 증시에서는 주식 급등과 폭락에 대한 변동폭을 제한하지 않고 있어 주가 변동이 매우 크다며, 차오메이주들이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