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주축으로 유로존 주변국의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부채위기의 여파로 자금줄이 사실상 끊어졌던 시장에 유럽의 공룡 투자회사가 뭉칫돈을 베팅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가들은 유로존 붕괴 우려의 진정과 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의 커다란 낙폭, 미국 대비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유럽 최대 부동산 펀드 업체인 악사 리얼 에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저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오피스 빌딩에 1억7200만유로(2억24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번 부동산 매입은 최근 5년 사이 두 번째 투자다. 악사는 2년 전에도 같은 빌딩의 매입을 저울질했으나 부채위기에 따른 리스크로 인해 계획을 접었다.
이밖에 알리안츠를 포함한 독일 대형 보험사와 사모펀드 업체, 국부펀드까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부동산 투자 기회를 적극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지난 6월 유럽 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는 그리스 로마와 이탈리아 밀란의 2개 빌딩 지분을 사들였다. 특히 이탈리아의 부동산에 투자한 것은 5년만에 처음이다.
도이체방크 역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남유럽 지역의 부동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악사의 앤 카바나 글로벌 자산운용 헤드는 “주변국 자산시장의 투자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대단히 높았으나 최근 부동산 가격의 바닥 신호가 엿보인다”며 “하지만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리안츠의 모로 몬테그너 부동산 헤드는 “다수의 해외 투자자들이 주변국 부동산 시장에 복귀하는 움직임”이라며 “이들 시장의 투자를 처음 단해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주변국 부동산 시장의 투자가 더 이상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이 아니라는 데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운용 회사 DTZ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01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이 때문에 양국의 투자 규모는 각각 50%와 70% 급감한 상태다.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다는 판단과 함께 유로존 붕괴에 대한 경계감이 진정되면서 투자가 다시 물꼬를 텄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DTZ는 내년 말까지 부동산 투자 규모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