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이건호 신임 KB국민은행장이 23일 단행한 첫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는 '슬림화와 물갈이'를 앞세운 '영업 중심의 이건호 체제 구축'으로 정리된다.
우선 이 행장이 본부 슬림화를 통해 본부 의사결정 구조 다이어트에 나선 것이 눈에 띈다. 현행 그룹-본부-부서 3선 체제에서 그룹제를 폐지해 본부-부서 2선 체제로 개편했다. 한 업무영역 내 그룹과 본부로 이원화돼 있던 '옥상옥'의 직제를 시장변화에 긴민한 단층 조직으로 바꾼 것이다.
앞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장 직제를 폐지하고 부사장 수를 줄이는 등 지주 본부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이 행장의 은행 본부 조직 간소화는 임 회장의 '실용노선'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이해된다.
이에 따라 기존의 10그룹 15본부 61부 1실은 17본부 57부 2실로 조직편제가 대폭 슬림화됐다. 본부조직 내 본부장급 이상의 임원수도 기존 25명에서 17명으로 축소됐다. 본부장을 맡을 수 있는 직위를 부행장, 전무, 상무로 다양해 조직과 인력활용의 유연성도 꾀했다.
조직 슬림화에도 불구하고 영업 조직은 반대로 세분화를 통해 영업력 배가에 나섰다. 기존 영업그룹을 기획 및 지원기능 중심의 영업기획본부와 영업추진 중심의 영업추진본부로 분리해 세분화하고, 복수의 영업추진본부(1본부, 2본부)간 건전한 경쟁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영업 경험이 전무한 이 행장의 약점을 시스템으로 보완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본부-영업점 연계 강화를 통한 시스템에 의한 영업의 체제를 확립하고 영업조직간 건전한 경쟁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동시에 대고객 자산관리서비스 전담부서인 WM사업부와 PB센터를 전담하는 PB사업부를 통합해 비슷한 업무의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 제거에도 신경을 썼다. 글로벌사업부를 전략본부에 편재해 장기적 관점에서의 해외사업에 대한 전략수립에도 나섰다.
영업중심의 슬림화된 조직에 이 행장은 새로운 부행장 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조직 슬림화에 맞춰 기존 10명의 부행장을 7명으로 축소하고 이 가운데 본부장급 인사를 대거 부행장으로 발탁, 6명의 부행장을 물갈이했다.
영업기획본부 부행장에는 현 홍완기 충청동지역본부장, 기업금융본부 부행장에는 이홍 전 중소기업영업본부장, 영업추진1본부 부행장에는 백인기 전 경기·강원지역본부장, 고객만족본부 부행장에는 박지우 현 KB국민카드 부사장, 여신본부 부행장에는 오현철 전 경수지역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에는 임병수 현 여신심사본부장을 선임했다. 영업추진2본부 부행장에 이헌 현 경영지원그룹 부행장만이 유임됐다.
이는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과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이건호 체제' 구축에 나선 것으로 이해된다. 6명의 부행장 가운데 전현직의 지역본부장 출신이 3명으로 절반이나 되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한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현장 우선의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조직의 슬림화를 통해 조직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고객니즈 및 시장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영업중심의 조직체계 구축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