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대출 금리 자유화에 따라 상업은행들이 예대마진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창구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영업을 통한 수익창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24일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인민은행이 20일부터 상업은행의 대출금리 하한선을 철폐한다고 밝혀, 상업은행간의 금리 인하 경쟁으로 금리차가 축소돼 금리가 주 수입원이었던 상업은행들이 중개업무인 방카슈랑스 업무로 눈을 돌리는 등 수익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행들, 금리자유화 조치에 방카슈랑스 영업에 눈돌려
중앙은행의 이번 금리 자유화 결정을 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의 점진적 금융 개혁 추진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중국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금리시장화가 생명보험과 장기보험, 저축형·투자형 보험 상품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며, 향후 금리시장화 개혁이 예금금리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보험 상품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생명보험, 건강보험, 양로(연금)보험에 대한 예정이율 규제완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때가지 보험료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뜻하며, 이 수익률을 감안해 일정 비율로 보험률을 미리 할인해 주게 된다. 중국 당국은 1999년 보험 예정이율을 2.5%로 설정한 후 이를 현재까지 적용하고 있다.
베이징 공상(工商)대학 보험학과 왕쉬진(王緒瑾) 교수는 "대출금리가 낮아질지 현재로선 말하기 어렵지만, 금리시장화가 보험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지만 기타 보험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온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또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은행 수익 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그 동안 중국 은행들은 해외 은행과 반대로 수입의 80%이상을 예대업무에, 10% 가량을 중개업무에 의존해왔다"면서, "외국 금융기관의 발전 경험을 벤치마킹 해 중국 은행들도 향후 보험을 통한 중개업무를 확대하면서 방카슈랑스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타이화(泰華)증권도 금리시장화로 시장 경쟁을 통해 금융상품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금융 기관들의 전통적 업무 수입이 축소되면서 방카슈랑스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시장화에 따라 금융 기관들이 새로운 경영 방식과 전략을 채택, 고부가가치의 중개업무 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원화된 경영 방식으로 기존 수익 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진단이다.
사실 중국 당국의 금융권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로 은행의 재테크 상품이 타격을 받으면서, 2012년 이후 중국 5대 보험 상장사의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이들 보험사의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업무 수입이 평안인수(平安人壽)가 136억 위안, 중국 런바오(中國人保)가 461억 위안, 태평양생명보험(太保壽險) 345억 위안, 중국인수(中國人壽) 1289억 위안, 신화보험(新華保險) 522억 위안으로 각각 전년 동기대비 12.39%, 23.2%, 22.3%, 10.73%, 8%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에도 이들 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업무 수입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가오화(高華)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수, 평안인수, 중국태평양보험, 신화보험의 1분기 방카슈랑스 보험 수입 증가율이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각각 30%, 25%, 48%, 54%나 떨어졌다.
◇상품 판매 시 소비자 오도, 방카슈랑스 성장에 걸림돌
한편 당국의 관리감독에도 그 동안 중국의 대형 보험사와 중소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시 소비자를 오도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은행에서 방카슈랑스 상품을 구매한 리(李) 모씨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은행 직원으로부터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 있다는 설명에 한 재테크 상품을 구매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며 "알고보니 구매한 상품이 보험상품이었다"고 토로했다.
중국에서 리 모씨와 같이 보험상품을 고수익 재테크 상품으로 오인하고 구매한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의 재테크 상품 판매 소비자 오도 사례 중, 보험을 고수익 은행 재테크 상품으로 판매한 사례가 39.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은행 직원들이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며 "일부 방카슈랑스 상품은 은행 재테크 상품과 비슷한 데다 은행의 장기 재테크 상품이 부족해 은행원들이 이 점을 악용해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재경대학 보험학원 하오옌쑤(郝演苏) 원장은 "방카슈랑스 업무의 시스템적 문제를 해소하는 등 업무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방카슈랑스의 성장성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상업은행들이 고액의 수수료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보험 경영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상품 판매 시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중개업무를 확대한다고 해도 방카슈랑스의 지속적인 안정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와 동시에 보험사들의 보험상품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보험 전문가는 "방카슈랑스 상품 자체에 결함이 있어 상품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이는 은행권의 소비자 오도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