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여보, 농협 임종룡이라는 분이 아들 생일 케이크를 보내왔는데, 임종룡이라는 분이 누구인가요?" "우리 회장님인데...."
NH농협금융지주의 한 직원은 최근 큰 아들 생일 때 두 개의 생일 케이크를 손에 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름으로 생각지도 못한 샴페인 한 병과 케이크가 집 앞으로 배달된 것이다.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우선 직원들과 친밀한 '감성 소통'에 나서고 있다. 직원들(가족) 생일에 작은 선물을 보내는가 하면 지난주에는 지주 전 직원에서 친필 사인이 담긴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책도 똑같은 책이 아니라 몇 가지 범주에서 직원이 스스로 읽고 싶다고 정한 책을 보내줬다.
임 회장은 업무에서도 직원들 목소리 청취에 능동적이다. 지난 19일에는 팀장급 이하 전체 직원들과 조찬 간담회를 한 이후 직원들과의 대화 방식을 팀별 단위로 쪼개서 하자는 지시를 내렸다. 직원들과 좀더 스스럼없이 진솔한 대화를 해보기 위해서다.
이날 자리는 농협금융의 현상 진단과 대응 방향 모색을 위해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지만, 직원들의 내부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임 회장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아쉬웠다는 후문이다.
내부적으로도 부서 전체 인원이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지 않는 상황에서 임 회장과 부서 전체 직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임 회장과 직원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실제 서먹서먹한 분위기의 심리적 거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이 앞으로는 좀 더 직원들과 진솔하게 얘기를 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임 단위를 팀별 미팅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팀 단위의 티타임 등을 할 때도 팀장을 제외한 차·과장(이하)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무에서 실무자 목소리를 중시하는 것은 그의 '현장 사랑' 의지에도 묻어 있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업무 파악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경기영업본부와 홍천군지부를 찾아 현장의 애로사항을 접수했다.
앞으로도 한달에 두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현장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는 게 임 회장 의지다. 방문 지역도 상대적으로 직원들이 기피하거나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은 곳을 우선 순위로 잡았다.
임 회장은 농협중앙회와의 소통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100% 대주주로서 농협중앙회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존중을 여러차례 천명했던 그는 지난 23일에는 고향인 전남 보성 조합장들과 오찬을 했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중앙회 이사회를 할 때도 임 회장은 '내가 새로 왔으니 이사실에 미리 가서 주주인 조합장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겠다'고 한다"며 "밑에서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본인이 '하겠다'고 한다. 스타일 자세가 그렇게 돼 있다"고 말했다.
중앙회 조합장은 중앙회 회장 선출권을 쥐고 있는 막강한 자리로 임 회장도 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신동규 전 회장의 경우 중앙회 이사회에 참석하는 조합장들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게 중앙회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리스크 관리나 시너지를 비롯해 업무도 회장이 직접 많이 챙기는 스타일이라 직원들 입장에서도 전반적으로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마음이 많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