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일본의 소비자 물가가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되며,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마무리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의 소비자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0.4% 오르며, 최근 5년래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26일 일본 총무성은 지난 6월 전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00.0을 기록해 전년동월 대비 0.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3% 상승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며, 2012년 4월 이후 첫 상승 전환이다. 또한 2008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앞서 5월에는 전년대비 보합권을 보인 바 있다.
이처럼 일본의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이유로는 최근 전기료 상승과 엔화 약세로 인한 석유 수입 가격 상승이 지목됐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세가 전개되려면 임금 상승과 소비지출 강화라는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이 쪽으로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어 물가 상승 전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6월 소비자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섬에 따라 기업들의 상품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질 전망이다. 이는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 정책에게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아베 총리는 양적완화와 엔화 약세 기조 유지 등을 통해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은행 역시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제시하며 이를 위한 부양책을 지속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SMBC니코증권의 히로이시 니시 매니저는 "소비자물가 상승은 아베노믹스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며 "지표가 전문가 예상치를 넘어서며 일본 증시의 하락 폭도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 물가의 선행지표로 간주되는 도쿄지역의 7월 근원 CPI는 97.7로, 전년동월 대비 0.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선 6월의 0.2% 상승보다 상승 속도가 가팔라진 수준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와도 일치했다.
한편, 상당 수의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기가 살아나면서 물가도 점차 오름세를 보이겠지만, 일본은행의 목표대로 2년 안에 2%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물가 목표 달성에 너무 치중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임금 상승세가 뒷받침되면서 경제가 체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과거 경험 상 2% 물가 달성이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 체질의 변화와 이를 위한 개혁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