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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부동자금, 증시 외면하는 이유는

기사등록 : 2013-07-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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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시중에 단기성 부동자금이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은 돈 가뭄을 걱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의 이유로 이른바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급랭효과)'를 지목했다. 정부의 규제와 감시 등으로 인해 기업이나 고액자산가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거시 경제 상황이 개선돼야 하지만 과연 그럴 것인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국내 단기성 부동자금은 767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10년 5월에 기록했던 758조 1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단기성 부동자금은 은행권과 투신권, 종금사, 증권사 등에 예치된 만기 6개월 이내의 단기상품의 수신액의 총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금통화까지도 포함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최근 금융기관 수신 단기부동자금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면서 "올해 3월 시점에 과거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기록한 고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 기업들 '칠링 이펙트' vs 투자자들 '물린 상처'

단기 부동자금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금융상품 쪽으로는 흘러들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이나 자산가들이 당분간 지켜보자는 자세로 몸을 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배경에는 이른 바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급랭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칠링 이펙트란 싸늘하게 얼어붙는 효과로 특히 공권력의 규제 우려 등으로 인해 미리부터 행동이 제한되는 것을 뜻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최근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은 정부의 규제나 감시 우려 때문일 것"이라면서 "국세청이나 금감원, 공정위 등이 행정기관이 아닌 행동기관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기업이 선의로 투자를 했더니 오히려 자금 출처 등의 뒷조사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이다보니 과감한 투자나 중장기 투자를 할 수 없고, 그럴 수 있다해도 단기성으로 치고빠지는 투자가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들도 신정부 출범 모멘텀에 증시에 우루루 몰렸다가 대부분 물려버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는 손절매하고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개인투자자는 "당분간 증시에서 개인들은 그다지 먹을 것이 없다고 본다"라면서 "새정부가 출범하면 전반적인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 "V자형 회복이라고? L자형 우려돼"

대부분의 시장 분석가들은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향후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낮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거시 경제 상황이 개선돼야 하지만 과연 그럴 것인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경제심리지수(ESI)도 지난 6월 현재 93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경제심리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제여건이 좋아진다고 100 미만이면 나빠진다고 각각 예상하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보다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V자형의 회복이 아닌 L자형의 불황 지속되거나 저성장 현상이 더 오래, 더 천천히 진행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부 정책기대감 올해 초 반영돼 주가가 반등했으나 실질 펀더멘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차익실현 물량이 나왔으나 이같은 정책 효과가 실제 반영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매력·확신주는 투자상품 찾기 어려워

시장 전문가들도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막연히 경기회복이 언젠가 될 거라고 보지만 아직까지는 주식이나 채권 금융상품 등 의미있는 투자대상이 되는 자금의 성격으로 유입되지는 않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개인적으로 친구들에게 투자할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마땅히 추천할 곳이 없다"면서 "미국의 출구전략이나 중국의 경제 변수들이 해소되기까지는 지켜보자는 조언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향후 추세에 대해 이렇다할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서 "그렇다고 예금 금리도 낮아서 좋지 않고 부동산 시장은 더 힘들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위원은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들의 실망이 커지면서 자금이 빠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돈이 투자로 돌아오게 하려면 경제나 금융시장 안정화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하는데 그만큼의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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