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우려가 한 풀 꺾였지만 이머징마켓의 자금 썰물은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행보를 저울질하는 한편 이머징마켓 채권시장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의 위험자산으로는 투자자금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 투자 자산의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7월 들어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에서 47억60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닌 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이머징마켓의 성장이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자 ‘팔자’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최근 9주 사이 자금 유출 규모는 172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5월 하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QE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이머징마켓 채권과 주식, 외환까지 투자자들의 매도 움직임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경제 지표가 부진한 경우 부양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투자자금이 일정 부분 미국의 하이일드 자산으로 다시 유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머징마켓에서는 이른바 ‘유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가 차별화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진단이다.
멕시코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지난 6월 말 6%를 넘어섰다가 최근 5.9% 선까지 밀리는 등 이머징마켓 채권 수익률의 급등에 제동이 걸렸지만 투자자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한편 펀드 평가업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의 채권펀드는 연준이 QE 축소 우려로 인해 초래된 손실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84개의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 가운데 지난 6월 손실을 기록한 상품이 7월 이후 일제히 플러스 수익률을 회복했다.
하지만 수익률 회복에도 투자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것은 이머징마켓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HSBC의 파블로 골드버그 이머징마켓 리서치 헤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자금 유출은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자들의 재평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브느와 앤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이머징마켓이 과매수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매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