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중앙은행은 물가를 올리려고 시장을 조작하거나 소비자의 기대를 움직이려 해서는 안 된다".
올해 일본 중앙은행은 올해 2% 물가안정목표(inflation targeting)를 도입했지만, 지난 2003년까지만 해도 이러한 정책 도입에 회의적이었던 것이 확인됐다. 앞서 인용한 것과 같이 오늘날과 비교할 때 정책적인 견해가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다.
31일 공개된 일본은행(BOJ)의 2003년 상반기 정책의사록에 의하면, 당시 후쿠이 도시히코 BOJ 총재는 3월 25일 임시회의에서 물가목표제를 도입하자는 이와타 가즈마사 부총재의 의견에 반대했다.
당시 후쿠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정책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절해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책을 제로금리 여건 하에서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나 자넷 옐런 부의장이 들었으면 코웃음을 쳤을 법한 얘기다.
이에 비해 아베 신조 총리와 그가 이끄는 정책 결정자들은 물가목표를 도입하고 대중의 기대심리를 조절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자는 것을 경제 정책의 골간으로 삼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의사록에서 물가목표제 도입을 주장했던 당시 이와타 부총재는 실은 이번 차기 BOJ 총재 자리를 놓고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과 경합했던 인물이다.
이와타 부총재는 후쿠이 당시 총재의 전임자였던 하야미 마사루 전 총재의 양적완화(QE) 정책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후쿠이 총재는 당시 투명한 정책 목표를 도입해서 이를 추구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만 통화정책을 고의적으로 물가 상승 쪽으로 기대를 높이는 쪽에 이용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기대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다"고 발언했다고 의사록은 쓰고 있다.
다만 당시 후쿠이 총재는 하야미 전 총재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확보하고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전개되지 않도록 막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