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의 영란은행(BOE)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행보를 벤치마크 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주요 변수를 선제적으로 제시한 한편 정책 기조와 실업률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한 것.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략이 BOE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BOE의 정책 카드를 제한하는 한편 오히려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금융시장은 장기 저금리 기조의 유지보다 금리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과 달리 영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높다는 점에서 BOE의 이번 결정이 상당한 위험을 무릅쓴 것으로 판단했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손더스 이코노미스트는 “BOE의 실업률 전망으로 본다면 초저금리가 최소한 2016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BOE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의 대처와 관련해 스스로 손발을 묶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 역시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이미 2.9%에 달했다”며 “물가 측면에서 볼 때 BOE의 이번 결정은 상당히 담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BOE의 정책 가이드가 지켜질 것인지 여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과 같은 맥락이라는 판단이다.
마뉴먼트 증권의 마크 오츠왈드 전략가는 “공식 집계되는 실업률이 고용 상황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출발부터 무의미한 결정”이라며 “이를 고수한다면 향후 3년간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크 카니 총재가 실업률 기준을 제시한 동시에 사전적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만큼 상황에 따라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준을 겨냥한 지적이 BOE에 대해서도 제시됐다. 팽창적 통화정책만으로는 고용을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칵스톤 FX의 마일스 박스터 전략가는 “통화정책과 실업률을 연결 지은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며 “영국 경제가 잠재 성장률인 2% 이상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7일 카니 BOE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실업률이 7%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0.5%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실업률이 7%까지 하락하는 데 3년 가량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외환시장의 투자자들은 선물 거래를 통해 2015년 1분기 BOE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적극 베팅했다.
트레이더들은 BOE가 제시한 정책 방향이 상당히 모호했을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전망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