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주택 전세난이 장기간 이어지자 중소형 주택 뿐 아니라 초고가 대형주택의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형 면적의 전세수요가 꾸준히 몰리는 데다 고액 자산가들도 주택을 사들이기보단 전세로 눌러앉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14일 부동산업계와 서울시 실거래가 동향에 따르면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중 10억원이 넘는 전셋집의 시세가 1년새 1억원 이상 뛰었다. 고가 아파트가 매매시장에선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 있지만 전세시장에선 수요공급 불균형에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3구에 위치한 아파트 중 전셋값 10억원이 넘는 단지는 8곳에 이른다. 강남구와 서초구에 각각 4개단지가 있다. 송파구의 가장 비싼 전세 아파트는 잠실동 트리지움(전용 149㎡)으로 8억5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 169㎡)는 지난달 최고 16억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7월 전셋값 14억원에서 1년새 최고 2억원가량 시세가 뛴 셈이다.
서초구 반포 자이도 전용 132㎡의 전셋값이 10억원선에서 1년새 11억2000만~11억5000만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전용 134㎡)의 전셋값은 8억5000만~9억원에 거래되다 지난달엔 11억5000만원에 계약돼 최고 3억원가량 올랐다.
반포동 국민공인중개소 실장은 “집을 살만한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전세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어 고가 아파트의 전셋값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며 “10억원이 넘어가면 보통 전세보다는 반전세로 거래되는 비중이 높다보니 온전한 전세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모습. 10억원이 넘는 고가 전셋집도 수급 불균형에 인기를 끌고 있다. |
이밖에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대치아이파크, 방배동 롯데캐슬로제와 서리풀e편한세상 등의 일부 전셋값이 10억원을 웃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단지의 전셋값 비율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매맷값은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을 걷는 반면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서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의 전셋값과 매맷값은 각각 16억원, 20억5000만원가량으로 전셋값 비율이 78%에 달한다. 도곡동 도곡렉슬도 전셋값 비율이 70%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셋값 비율은 전국 주택이 64%, 서울 아파트가 57% 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상황이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해당 주택에 과도한 근저당 및 채무가 잡혀 있으면 전세보증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계약전 권리관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당분간 매맷값과 전셋값이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으면 일부 월세를 부담하는 식으로 보증금을 낮출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