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올해의 '강세' 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이상하다. 개선된 경제지표로 인해 미국경제 회복세에 청신호가 들어왔음에도 최근 한 달 동안 대폭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달러화 강세를 확신하고 베팅해온 투자자들은 특히 이번 달러 약세에 대한 의문부호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달러인덱스 추이 <출처 : MarketWatch> |
달러화 약세는 지난 6월부터 진행됐다. 특히 6월 19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국채매입 축소를 올해 단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달러화 약세는 정점을 찍었다. 이날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ollar Index)는 80.498까지 떨어져 전월 84.50대까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서 7월 초순까지 3년래 최고치를 기록할 때 선물시장의 달러화 순매수 규모는 2007년 이래 최대 수준까지 증가했지만, 한 달 사이 4% 조정받는 동안 이 포지션이 절반 정도 매물화됐다고 13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양적완화 축소 개시를 금리인상으로 연결하는 기대감까지 반영되는 강세 베팅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약세를 일시적인 추세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약세가 나타난 요인에 대해서는 양적완화책에 시장의 인식 변화와 다른 주요 경제국 및 중앙은행들의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시장의 시각 변화
우선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변했다. 아이언FX의 마셜 기틀러 외환투자부문 대표는 "국채매입 프로그램의 목적이 곧 기준금리를 낮게 묶어 두기 위함이라는 점을 연준이 확신시켜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달러화 약세가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그간 '국채매입 축소=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공식에 따라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렇기에 국채매입 축소 가능성이 대두되면 금리 기대치도 상승세를 그렸다.
이에 대해 연준은 두 정책 결정을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고 시장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금리 기대치가 하락해 달러화의 약세로 이어졌다는 것이 기틀러의 설명이다.
실제로 6월 버냉키의 발언 이후 연내 국채매입 축소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7월 5일 1.82%으로 전망됐던 2016년 6월물 미국 연방기금금리선물 수익률은 이후 40bp 떨어진 1.42%로 조정됐다. 이렇게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달러화 가치도 동반 하락한 것이다.
연방기금금리선물의 금리 조정 <출처 : CNBC방송> |
미국 외 주요 경제국들의 개선된 전망과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인 긴축적 행보도 달러화 약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은행 자산 규모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준/ECB 자산비율은 현재 사상 최대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중반 자산비율이 현재와 비슷했을 때 유로/달러는 1.5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화 약세가 나타난 것이다. 영란은행(BOE)도 지난 3월 국채매입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파운드/달러도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
Fed/ECB 자산비율 및 유로/달러 추이 비교 <출처 : 국제금융센터> |
◆ IB들 달러강세 전망 고수, "추세 전환은 한여름밤의 꿈?"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달러 강세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ING그룹의 뢸로프 반 덴 아케르 기술연구원은 "달러인덱스는 이달 7일 기준 200일 평균수치가 81.576, 50일 평균이 82.352를 기록했다"며 "50일 평균이 더 높다는 것은 곧 달러화 약세가 바닥을 지났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노무라증권의 옌스 노르드빅 G10환율투자전략부문 대표도 지난 8일 CNBC방송에 출연해 "다음주까지 달러 약세가 지속될 수 있겠지만 9월에는 달러화 강세에 포지션을 둔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의 리처드 코치노스 외환투자전략가 또한 12일 보고서를 통해 "헤지펀드나 리얼머니 투자자들이 더 이상 추가 매물을 내놓을만한 유인이 없다"며 앞으로 1~2주 내에 달러화는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이런 전망에 따라 올해 나타났던 달러화 강세 추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달러화 절상률이 세계 주요 통화 중 3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는 올해 초 대비 3.9% 절상돼 유로화(5.6%)와 스웨덴 크로나화(4%)의 뒤를 이었다.
투자은행들도 달러화 강세 전망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모간스탠리의 경우 올해 말까지 달러/엔 107엔, 유로/달러 1.26달러로 전망을 조정해 블룸버그 전문가 조사 결과인 105엔, 1.27달러보다 달러화 강세에 더 낙관적인 입장을 취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