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러시아를 필두로 대표적인 이머징마켓 브릭스를 필두로 아시아까지 이머징마켓에서 균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태국과 러시아에 침체 경고음이 번지는 한편 인도의 루피화 사상최저치 하락과 인도네시아의 눈덩이 경상수지 적자 등 과거 글로벌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통했던 이머징마켓이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유동성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기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브릭스와 그밖에 동남아 지역에서 유동성 이탈이 본격화, 금리 상승과 함께 실물경기 타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주식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유립된 자금이 약 9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머징마켓에서는 같은 기간 84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회복 조짐을 보이는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축소 움직임이 이머징마켓의 자금 유출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헤지펀드 업체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옌 매니저는 “태풍의 눈이 이머징마켓을 직접적으로 덮고 있다”며 “미국과 유로존을 강타했던 것과 같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상황은 특히 아시아 이머징마켓에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AMP 캐피탈 인베스터스의 셰인 올리버 전략가는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이머징마켓에서 선진국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며 “최근 유동성 움직임은 과거 아시아 지역의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던 것보다 강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최근 3개월 사이 MSCI 아시아 퍼시픽 인덱스는 7.4% 하락해 S&P500 지수 낙폭인 0.7%와 커다란 대조를 이뤘다.
루피화 하락으로 비상이 걸린 인도는 자금 유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경우 성장 회복과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풀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루피화는 최근 2년 사이 미국 달러화에 대해 28% 급락,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에스피리토 산토 인베스트먼트 뱅크의 니틴 마투르 애널리스트는 “경기 하강의 고통이 미국과 유럽을 거쳐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특히 인도 문제는 일시적인 차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태국 역시 지난 2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침체에 빠졌다. 올해 태국 경제는 9.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대만 역시 지난주 2013년 성장 및 수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하반기 글로벌 경제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제시했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프레야 비미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미 먹구름이 중국을 덮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서는 가파른 금리 상승 및 루블화 하락,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실물경제를 강타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회의에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8.25%로 동결한 가운데 지난달까지 인플레이션이 11개월 연속 목표 수준인 6%를 웃돌았다.
루블화는 지난 2일 12개월래 최고치에서 달러화 대비 9.3% 급락한 상태다. 이밖에 대출 금리 상승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수익성과 투자를 가로막으면서 실물경기를 더욱 냉각시키는 양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