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주가 하락을 점치고 공매도에 나선 월가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연초 이후 이어진 강세장에 10여년래 최악의 손실을 냈기 때문.
빌 애크만과 데이비드 아인혼 등 헤지펀드 업계의 ‘큰손’들도 대규모 숏베팅에 나섰다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1일(현지시간) S&P 캐피탈 IQ에 따르면 월가에서 공매도 거래가 가장 활발한 100개 종목이 포진한 러셀3000 지수는 연초 이후 뉴욕증시의 3대 지수의 수익률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공매도 베팅 규모가 상위권에 속하는 100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이 33.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S&P500 지수 상승률인 18%를 대폭 상회하는 수치다.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과 시장 전반의 주가 상승률 간의 격차는 최근 10여년래 최대 폭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얘기다.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가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이 10여년래 최대 규모라는 의미다.
펀드 이밸류에이션 그룹의 그렉 돌링 펀드매니저는 “롱 포지션에 집중하는 헤지펀드는 쏠쏠한 수익률을 창출하고 있다”며 “반면 숏베팅에 나선 헤지펀드나 트레이더들은 눈덩이 손실을 떠안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공매도 물량이 집중된 질로우가 연초 이후 222% 치솟았고, 퀘스트코어 제약이 151% 뛰었다. 그린 마운틴 커피 로스터스 역시 76%에 이르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퍼싱 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빌 애크만이 공개적으로 하락 베팅한 허벌라이프 역시 100%에 이르는 상승률을 과시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뉴욕증시의 강세 흐름이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의 상황과 흡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테랑 공매도 투자자로 알려진 시트론 리서치의 앤드류 레프트는 “1999년 기술주 버블이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보다 지금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며 “연초 이후 공매도 종목이 뜨거운 상승 열기를 연출한 것은 기관 투자자들이 고수익 창출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식 투자에 집중하는 헤지펀드의 운용 실적은 포지션과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시장 수익률에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말까지 연초 이후 S&P500 지수가 배당을 포함해 총 19.6%의 수익률을 기록한 데 반해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7.7%에 그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