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입법예고 중인 상법 개정안이 논란을 불러오면서 재계는 물론 정치권까지도 연일 시끄럽다. 입법화의 중심인 국회는 과도하다, 아니다로 나눠지며 분란에 휩싸일 조짐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업 정책을 두고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기업인들이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두가지다. "한국에서 기업 하겠느냐"는 불만과 "기업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하소연이다.
외형상 이런 하소연은 근거는 있어 보인다. 이번 정권 들어 경제민주화 기류와 함께 대기업 오너들의 형사에 대한 형량이 가혹해졌고 이맘때면 거론되던 특별사면 이야기도 쏙 들어갔다.
<그래픽=송유미 미술 기자> |
규제 신설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일감몰아주기 등에 과세 제도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최근에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인들의 속을 시커멓게 태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첩첩산중(疊疊山中)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때문에 지금까지 묵묵하게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해왔던 재계도 이번 상법 개정안 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높인다. 이미 재계는 상법 개정안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내놓고 있다.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 주요 단체는 상법 개정안 철회에 대한 반대 의견서와 함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기업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며 “개별 기업이 각자 처한 환경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현재까지 정치권의 반응은 반반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과도하다’며 수정안을 요구하도록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후퇴해서는 안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비교적 상법개정안 수정론을 제시한다고 하면 민주당은 대체로 원안대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상법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의 입장은 아이러니함 마저 엿보인다.
현재까지 이렇다 할 수정안이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박 대통령의 공약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악의적인 왜곡을 일삼는 일부세력이 있다”며 “상법 개정안은 경제권력의 전횡을 방지하고 투명한 경영관행을 확립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 비교적 잘 반영된 고육지책”이라고 비판했다.
여당내에서 각기 다른 여론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울러 학계와 시민단체의 의견도 충돌하는 중이다.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 법무부에 제출한 상법개정안 의견서를 통해 재계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가 하면 한국경제법학회는 세미나 등을 통해 상법개정안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상법 개정안은 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논의와 합의보다는 대립과 갈등만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때문에 정치권에 직접적인 창구를 가지지 못한 대기업 입장에서는 속앓이만 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재계에서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오찬 회동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대한 의견을 많이 듣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의 바람이 이뤄질지, 정부의 의지가 관철될지, 상법 개정안의 입법화, 혹은 백지화의 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편 재계는 상법 개정안의 결사반대와 더불어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하도급법, 화평법(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 등의 이슈를 두고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의 생존조건인 인사관리에 영향을 주는 현안인데다, 과징금 폭탄으로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기업 옥죄기 법안들은 결과적으로 51대 49의 사회갈등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며 "갈등이 다시 기업 옥죄기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국민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가 재계는 물론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