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대통령이 기업들의 고충을 잘 파악하고 계신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오늘 회동으로 기업들이 마음놓고 경제할성화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오찬 회동과 관련, "경영상 애로사항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계가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잔뜩 기대하는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아직 논평을 내놓지는 않고 있지만 이날 참석한 그룹들은 고충현안들이 점차 해소되지 않을까 점치는 분위기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는 대선공약 이행과도 맞물리는 만큼 당장 어떻게 바뀌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박 대통령의 오늘 모두발언을 보면 재계를 달래려는 뜻이 강하게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재계는 이날 회동에 앞서 연초대비 증가한 투자 계획을 정부에 통보하면서 먼저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16일 자산총액기준 상위 30대그룹의 2013년 투자 및 고용계획을 업데이트한 결과, 30대그룹은 연초 계획대비 각각 5조9000억원, 1만3000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연초 계획했던 투자 및 고용(148조8000억원, 12만7700명) 규모에 비해 각각 4%, 10% 늘어난 수치다.
박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듯,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우려도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견해도 내놨다.
박 대통령은 다만, "불합리한 규제가 새로 도입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총수들을 달랬지만, 한편으로는 "경제민주화도 결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고 모든 경제주체가 노력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자 하기 위함"이라고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는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연간 투자 고용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기업활동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경제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회동이 얼마나 기업들에게 고충해소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야당 등 정치권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대선공약 이행의 수준보다 과도한 규제책에 제동을 걸기도 했지만 각종 기업 옥죄기 정책과 법안은 정치권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당장 재계로서는 9월 국회가 두렵다. 논란이 되는 상법개정안은 물론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근로기준법 등 굵직한 법안들이 입법화 논의에 들어간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재계는 또, SK그룹과 한화그룹, CJ그룹 등 총수 경영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는 현실이 경제활성화에 적잖은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국내외 시장 상황이나 총수 장기부재에 각종 규제책까지, 기업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9월 국회부터라도 정치권의 분위기가 잘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했다.
재계는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김창근 SK수펙스협의회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조양호 한진 회장, 홍기준 한화 부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GS 회장(전경련 회장) 등 민간 10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