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에 이어 시리아를 둘러싼 불안감이 이머징마켓의 자산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악재의 실질적인 영향력보다 심리적인 쏠림 현상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중앙은행이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전통적인 형태의 조치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가 고개를 들었다.
28일(현지시간) MSCI 이머징마켓 인덱스를 기준으로 연초 이후 시가총액이 1조달러 증발한 것으로 나타나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달에만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이머징마켓에서 24억달러를 빼 나갔다.
통화 가치 하락도 멈추지 않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가 중앙은행의 개입에 반등했을 뿐 이날 인도 루피화와 터키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호주 달러화 역시 가파르게 하락했다.
JP 모간이 집계하는 글로벌 외환시장 변동성 지수는 장중 10.51까지 상승해 지난 7월16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씨티그룹의 토드 엘머 애널리스트는 “시리아 사태는 이머징마켓의 자산 가격을 대폭 떨어뜨릴 만큼 중차대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연준의 테이퍼링 우려로 이미 유동성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가운데 새로운 악재가 추가된 데 따라 투자자 이탈이 더욱 가속화된 것이며, 이는 이머징마켓이 외부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이머징마켓의 자금 유출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데스티네이션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요시카미 최고경영자(CEO)는 “시리아 뿐 아니라 이집트를 포함한 그밖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연준과 관련된 불확실성까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할 요인들이 적지 않다”며 “당분간 투자자들은 이머징마켓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시리아 사태를 빌미로 한 국제 유가 상승이 이머징마켓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시에떼 제네랄은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인도와 터키, 인도네시아 등 이미 통화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한 이머징마켓은 대부분 원유 수입국”이라며 “때문에 국제 유가 상승은 투자 심리와 경제 펀더멘털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통적인 형태의 중앙은행 시장 개입이 상황을 반전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헤알화 방어에 적극 나선 것과 달리 터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이용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BNP 파리바의 바토즈 폴로스키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과거에는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통화 가치 하락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냈지만 이번 상황은 전통적인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리를 올릴 경우 주식시장이 하락 압박을 받게 되고, 이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면서 통화 가치를 오히려 더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원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 아니라 통화 가치 하락의 중장기적인 파장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