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침없는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2000선 직전까지 도달했다.
외국인들이 최근 '바이(Buy) 코리아'에 나서는 이유로 '양수겸장'론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 증시가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 장점을 동시에 보유함에 따라 신흥국에서 이탈해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자금과 신흥국에 투자하는 자금 중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모두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 증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임박에 따른 '인나미(인도·인도네시아 위기+쓰나미)' 쇼크 우려에도 대만과 함께 유독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다. 통상 선진국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의 투자 매력이 반감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견조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틀 연속 최고가로 마감하며 1994.06선까지 올라섰다. 불과 한달 전인 지난달 9일 1880.74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100포인트 이상 올라 2000선을 바라보게 된 것.
상승세를 견인한 외국인은 최근 한달간 코스피시장에서 5조3817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를 외면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상반기 중 외국인의 매도는 세계 최대 인덱스펀드인 뱅가드가 한국 시장을 신흥국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재분류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뱅가드는 10조원 가량을 내다팔았다.
하지만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 이후 글로벌 자산운용사 사이에서 "한국시장은 선진시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자금을 옮길 때 한국으로도 자금이 들어왔다는 것.
글로벌 펀드들이 벤치마크로 많이 사용하는 MSCI는 한국 증시를 신흥시장으로 분류하는 반면 FTSE는 선진시장에 편입시켰다.
여전히 한국을 이머징으로 분류하는 펀드들이 많다. 이 펀드들도 최근 '이머징 스위칭'에 나섰다. 즉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견조한 한국 대만 등으로 이동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3일 이후 외국인 자금은 한국과 대만시장으로 각각 40.6억달러, 대만으로 23.3억달러가 유입된 반면 인도와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에서는 9.6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김지훈 키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뱅가드가 바뀐 이후로 (한국시장에 대한 평가를)따라서 변경하는 글로벌 운용사들도 있었을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선진시장을 사면서 한국시장도 수혜가 있었지만 아직 이머징으로 분류하는 자금들도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과 대만 등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인의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지며 추가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싸기 때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 대비 한국은 아직까지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권으로 가격적 메리트를 보유했다"고 말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대비 이머징에 대한 상대강도 및 원자재 가격, 금가격과 한국증시의 연동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시장은 단순히 선진국의 대안적 측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