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여의도에서 정책금융재편에 대한 세미나가 줄이어 열리면서 정부의 재편방안 뒤집기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당사자인 정책금융공사는 예년과 달리 2개월 일정을 당겨 세미나를 개최했고, 이 꼬리를 물고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도 토론장을 열었다.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박 의원 뿐만아니라 김정훈 정무위원장도 반대입장을 거듭 밝혀 정부안이 뒤집히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부처인 금융위원회 마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강해지는 양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금융재편을 두고 정부와 당사자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정책금융재편안에 반대입장을 가진 정금공 사장이 물러나지 왜 자리를 지키느냐는 식의 금융위측 반응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정금공 세미나에 이은 다음날 국회 세미나에서 관련 국회의원들의 반대 발언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정책금융재편안에 대한 뒤집기 분위기가 달궈진 탓으로 보인다.
전날 국회 박민식 의원이 개최한 '정책금융 역할재정립 방안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정부의 정책금융 재편안에 실망을 금치 못할 정도"라며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게 재편이냐"고 따졌다.
박 의원도 "정부의 정책금융재편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국회차원에서 더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주 의원도 "민영화가 안되니까 산은을 다시 정책금융공사와 붙이자는 식인데 이렇게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거들고 나섰다.
세미나 분위기만 보면 정금공과 KDB산업은행을 통합하는 정부방안에 여야가 모두 반대다.
숭실대 윤석헌 교수도 "시간을 더 갖고 산은을 민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강대 남주하 교수는 " 정금공 자체가 잘못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통합해야 한다"고 정부안을 지지했다.
하루 앞서 정금공이 여의도 63빌딩에서 연 ′정책금융글로벌 포럼′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중앙대 박연우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CIB(Commercial Investment Bank) 경험을 축적한 산은에게 글로벌 CIB의 역할을 부여해 민영화를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은이 정금공과 통합해 정책금융 금융회사로 돌아가면 CIB 수요는 고스란히 외국계 글로벌 CIB가 차지하게 될 뿐 아니라 통합시 정책금융하의 CIB는 문화적 충돌로 고사된다는 이유다.
서울대 이재민 교수는 "보조금 측면에서 산은과 정금공 통합론을 따져봤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산은과 정금공을 분리하는 현 체제가 유리하다"며 다른 원인을 찾았다.
그는 "WTO 협정에 정책금융 면책조항이 없어 정책금융제도가 유지되는 한 보조금 분쟁 리스크는 항상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책금융 부분과 일반금융이 분리된 상태에서 보조금 분쟁이 발생하면, 중소기업 지원은 특정성 방어에 유리하고 사회간접자본건설은 정부로부터 재정적 기여부재 입증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세미나로 정부의 정책금융재편안은 험난한 여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금융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정책이야 국회를 통해 바뀔 수 있지만, 경제부처의 정책실패가 누적되면 결국 관련부처의 수장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파장을 염려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