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미국이 셰일 붐으로 영향력을 점차 과시하고 있지만, 전 세계 석유시장은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를 인용, 사우디는 1970년대 이후로 그 어느때 보다 많은 양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고, 주변국인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역시 석유 생산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같은 생산 확대는 세계 석유 시장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간과되기 쉬운 추세를 보여준다면서, 미국의 셰일 혁명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석유시장 수급에 있어 걸프지역 산유국들에 점차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에너지분석 담당 수석인 잔 스튜어트는 “미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글로벌 석유 거래에 중요하다”면서 “이들의 생산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은 석유 수급 균형이 생각만큼 들어맞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걸프지역 산유국 생산이 급격히 늘어난 데는 노동자 파업 등이 발생한 리비아의 대규모 공급 차질이 촉매제가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의하면 지난 8월 사우디는 생산량을 일일 1020만 배럴로 확대했으며, 이 덕분에 사우디는 현재 석유수출 수입으로 일일 10억 달러 이상을 벌고 있다. 뿐만 아니라 UAE와 쿠웨이트 역시 이번 여름 생산량을 일일 약 280만 배럴 정도로 늘리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8월 중에만 이들 3국은 글로벌 석유 수요의 17.1%를 충족했다.
신문은 걸프지역 산유국에 대한 석유시장 의존도는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면서, 지난해 이란 수출이 제재로 인해 일일 100만 배럴 감소했을 때도 사우디와 쿠웨이트, UAE의 생산량은 확대됐으며, 또 2011년 리비아 석유산업이 내전으로 폐쇄됐을 때 역시 사우디가 대응에 나섰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미국이나 인도, 중국과 같은 석유 소비국들은 걸프지역 산유국들의 생산 여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보이고 있지만, IEA는 현 수준대로 생산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사우디는 일일 200만 배럴 이상의 여력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