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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택과 집중' 패션사업 재편..변화는?

기사등록 : 2013-09-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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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유미 미술 기자>
[뉴스핌=이강혁 김양섭 강필성 기자] 사업 재편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삼성이 이번에는 패션사업을 손질하고 나섰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떼서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삼성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그동안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 간, 사업 간 흡수합병·통폐합을 꾸준하게 진행해 왔다.

이번 결정은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에는 중요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부담이 크지 않다. 전체 사업포트폴리오에서 패션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에 불과하다. 다만 이에 따른 다양한 변화는 당분간 재계의 시선을 끌만해 보인다.

 ◆제일모직 '패션 구조조정'..에버랜드 '신성장원 확보'

패션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던 제일모직은 결국 이 사업을 떼어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제일모직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총 양도가액은 1조500억원이다. 오는 11월 1일 주주총회를 거쳐 12월 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등이 모두 이관될 예정이다.

사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구조조정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윤주화 사장이 지난해 말 패션부문 사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예고됐다.

그룹 안팎에서는 "윤 사장의 역할은 패션사업의 구조조정"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윤 사장은 이날 패션사업 정리에 대해 "패션은 소프트 경쟁력이 중요한 사업"이라며 "리조트와 레저사업 등을 통해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맡게 돼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최근 수년동안 브랜드의 노후화와 소비 침체로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는 브랜드가 없다’는 위기의식에 시달려 왔다.

제일모직 패션부문 매출은 지난해 약 9.6%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9% 정도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수익성 정체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난 2분기에 기록한 매출액 1조6281억원 중 사업별 비중은 케미칼이 44.9%, 패션사업이 27.4%, 전자재료사업이 26.7% 순으로 나타났지만,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전체의 74%가량을 전자재료가 차지했다.

제일모직은 지난 5월 힙합패션브랜드 ‘후부’를 정리한 데 이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브랜드 사업을 접고 에잇세컨즈와 빈폴아웃도어 등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꾸준히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의 분리, 매각 등의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매각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제일모직은 1조원의 매각금액으로 신규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가액 역시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가격이다. KDB대우증권측은 패션사업의 가치를 약 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KDB대우 조우형 연구원은 "패션 매각 금액으로 신규 사업 확대,  M&A,  기존 사업 증설 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날 박종우 제일모직 소재사업 총괄사장은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공격적이고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차세대 소재의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의 시너지를 획기적으로 높여 선도업체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 김봉영 사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패션 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으로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서현 부사장 향후 거취 관심..에버랜드행?

▲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사장(왼쪽),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오른쪽)
이번 결정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을 높이는 사안이다. 이 부사장이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수장으로 의욕적인 경영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나와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패션 디자인의 전문가다. 그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10여년간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 전무를 거쳤다.

특히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제일모직에서 발판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이 부사장의 공로를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지금까지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의 성장과 전략을 진두지휘 해 왔다"고 말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사장의 에버랜드행을 점치는 시각도 나온다.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의 경영과 함께 에버랜드에도 패션부문에서 모종의 역할을 계속하지 않겠냐는 의미다.

다만 현재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에버랜드와 호텔신라 사장을 각각 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구도는 향후 후계구도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장녀와 차녀가 모두 에버랜드에 적을 두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현재 패션부문이 아니라 전사 경영기획담당을 맡고 있기 때문에 패션부문의 양도와 별개로 제일모직에 잔류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부사장이 최근 전자소재, 케미칼 등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실제 이 부사장은 지난 4월 제일모직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출하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직접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소재사업은 IT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신성장 동력”이라고 강한 의욕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갖가지 추축에두 불구하고 이 부사장의 거취는 오는 12월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결정나게 될 전망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패션부문 사업양수는 오는 11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은 뒤 12월 1일자로 시행될 예정”이라며 “패션부문 양수와 관련된 인사와 이동도 12월 사장단 인사 이후에나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주주 반응 움직임 관건..내부거래 비중 낮추기?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의 패션사업 양수도가 완전히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주요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주주들의 반대가 있더라도 이번 딜이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추가적인 비용이 투입될 수도 있다.

현재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의 주요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등 오너 일가를 비롯해 국민연금공단, KCC 등이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단 제일모직은 10월 17일부터 31일까지를 이번 사업양도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의사를 접수하는 기간으로 고지한 상태다. 이를 통해 11월 1일부터 21일까지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분율은 10.07%다. 뒤를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7.25%를 보유 중이다. 이밖에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삼성SDI 등 계열사들이 7%대에서 4%대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보유한 지분의 가액은 8737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번 결정이 무리없이 마무리되려면 주식매수 청구규모가 7000억원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분 가액을 놓고 볼때 청구규모가 7000억원을 웃돌면 제일모직은 이번 사업부문 매각계약을 해제할 계획이다.

다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는 이상 이 안건은 가결로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에버랜드의 주요주주도 이번 딜에 반대하게 되면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에버랜드 기존 주주의 주식매수 청구규모가 2500억원을 웃돌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이번 패션사업 양수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에버랜드의 경우는 이 부회장(25.10%)과 이 사장(8.37%), 이 부사장(8.37%)이 핵심 지분을 가지고 있어 부담이 덜하다. 그룹 이외의 지분은 KCC가 1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KCC가 투자를 목적으로 삼성카드 지분 해소에서 백기사를 자처했던 만큼 반대 의사를 나타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에버랜드의 일감몰아주기 비중을 낮출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1조원의 패션사업이 에버랜드에 들어오면 당장 내부거래 비중이 희석될 수 있는데다 패션사업이 장기적으로 커지면 자연스럽게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의 축소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신성장원 발굴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여러 사업을 찾으면서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결국 그룹 전체 매출 비중을 놓고 볼때 섬유와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에버랜드로서는 부담은 적고 내부거래 해소의 발판을 마련하기에 안성맞춤인 패션사업 딜은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다.

한편, 1954년 설립된 제일모직은 삼성을 탄생시킨 모태로 불리고 있지만 이번 결정으로 이 사명이 변경될 가능성은 커졌다. 패션을 떼어낸다는 것은 모직(毛織)과 결별하는 것으로 향후 제일모직의 사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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