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동양그룹이 형제기업인 오리온 마저 지원을 외면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로 지난달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이혜경 부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이양구 회장의 장녀와 차녀로, 현 회장과 담 회장은 동서기간이다.
오리온그룹은 23일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리온그룹이 동양그룹의 지원요청을 거부한 것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동양그룹이 오리온그룹에 자금 지원 요청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해외 투자자들 및 주요 주주들로부터 우려의 문의와 상황설명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시장의 우려를 전했다.
정성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도 “2002년 9월 완전하게 계열 분리된 상태에서 친족기업이라는 이유 만으로의 자금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떠한 형태로든 오리온의 동양그룹 자금지원 방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믿었던 형제기업이 기대를 저버리자 동양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동양 관계자는 “지금은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고, 유동성 확보와 관련해서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12월 구조조정 계획 발표 이후 이번 폐열발전소 매각(400억)을 비롯해 레미콘공장 매각(1145억), 선박 매각(350억), 냉동창고 매각(345억), 파일사업부 양도(1170억), 자본유치(503억), 주식매각(1600억) 등의 경영개선작업을 추진해왔다.
오리온의 지원이 무산됨에 따라 동양은 진행중인 동양매직ㆍ섬유사업부문 매각과 레미콘 공장 등 비수익자산의 추가적인 매각작업도 신속히 진행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금확보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계열 5개사가 발행한 CP는 1조1000억원에 이르며,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추진해온 구조조정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동양그룹 계열 증권사인 동양증권에 대한 특별 점검에 나서 동양그룹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판매ㆍ운용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