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동양증권이 최대주주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조짐이다.
30일 동양그룹은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 3개 계열사를 경영정상화 목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자금경색과 위기여론의 심화로 투자자보호의 최종적 근간이 될 자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 이를 보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각각 19.01%, 14.76%의 동양증권 지분을 보유한 동양증권의 1,2대 주주다. 동양증권의 현재 시가총액에 견줘 보면 각각 613억원과 476억원 규모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은 해당 기업의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평가하게 되고, 해당 기업은 청산 또는 회생을 위한 자구계획을 도모해야 한다. 그 같은 자구노력 가운데 하나로 동양증권 주식 매각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동양증권이 매물로서 시장에 나온다면 그 가치와 매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동양증권은 업계 내에서 알짜 매물로 통한다. CMA를 기반으로 한 리테일 영업 기반이 탄탄하고, 투자은행(IB) 부문도 꽤 괜찮다는 평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동양증권이 알짜긴 알짜다"면서 "고객 기반 넓고, 영업력도 좋고, IB도 썩 잘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다만, 매물로 나온 시기는 별로라는 지적이다. 계열사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향후 소송 가능성이 큰 데다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여러 증권사 매물이 쌓여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B 고위관계자는 "알짜 매물이긴 하나 현재로선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최근 그룹 유동성 악화로 촉발된 계열사 CP 불완전판매 관련 소송이 줄줄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누가 선뜻 사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수 금액이 싸진 것 보다는 소송 건이 훨씬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동양 이상의 알짜배기인 우리투자증권과 몇몇 중소형사들도 매물로 시장에 나와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증권이 M&A 매물로 될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그건 어디까지나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빚을 다 못 갚았을 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양그룹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동양인터내셔널은 총 5060억원, 동양레저는 총 4040억원 가량의 CP를 해결해야 한다.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 노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동양파워와 동양매직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이날 증권가에 동양파워가 두산그룹과의 매각 협상 결렬 후 삼성물산과 접촉 중이라는 얘기가 돌았지만, 동양그룹에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더군다나 동양매직 매각은 이날 동양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중단되긴 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인 KTB PE(Private Equity) 내부적으로는 인수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동양증권 매각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결정된 바도 없고, 밝힐 수 있는 바도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